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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잉글리쉬 브라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원제는 '전쟁 신부'(The War Bride)다. 신부에서 연상되는 행복한 신혼보다 전쟁에서 느껴지는 가혹한 운명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그 운명을 타고난 쾌활함과 끈질긴 근성으로 극복하며 아름다운 사랑을 완성해내는 휴먼 드라마다.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전체 색깔은 매우 밝다. 2차 대전 말기 영국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릴리(안나 프릴)는 술집에서 만난 캐나다 병사 찰리(에이든 영)와 불꽃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곧바로 들이닥친 이별. 릴리는 캐나다 정부의 도움으로 남편을 전선에 남겨둔 채 어린 딸과 함께 남편의 고향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큰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는 남편의 말과 달리 그녀를 맞은 건 황량한 벌판에 세워진 쓰러질 것 같은 집 한채뿐….

이후 영화는 '시골쥐와 서울쥐'같은 내용으로 채워진다. 사교춤을 좋아하던 자유분방한 런던의 아가씨가 벽촌 사람들의 편견과 배타심을 이겨내고, 사람들 사이에 훈훈한 온기를 되살리는 사랑의 전령사로 재탄생한다.

해피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구성이 평면적이지만 거칠 것 없는 릴리가 매력적이고,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찰리에게도 연민이 간다. 린던 처벅 감독. 15세 관람가. 8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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