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 "무통분만 시술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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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할 때 통증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무통분만용 주사비가 정해진 수가(의료행위의 가격)보다 비싸게 청구되고 있어 환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은 "현행 수가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면서 시술 포기를 선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는 최근 2주간 "분만시 병의원에 무통주사비를 비싸게 냈는지 확인해 달라"는 등의 신청이 하루 100여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무통주사는 산모나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지만 보건복지부 고시에 묶여 처치료.약재료 등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진료 행위다. 건강보험 수가는 6만~9만원 선이다.

하지만 병원들이 해당 고시가 정해진 1998년 이후 관행적으로 수가보다 두 배 가까운 진료비를 받아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모들이 환급 요청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7일 무통분만 관련 수가가 적정하게 오를 때까지 시술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개원 산부인과 전문의의 대부분인 2800여명이 가입해 있는 단체다.

산부인과의사회의 최안나 홍보이사는 "무통분만시 척추에 주사를 놓는 경막외 마취는 전문의 없이는 하기 어려운 시술"이라며 "현재 2~3차 진료기관에서 무통분만비로 받고 있는 12만~15만원은 현실적으로 최소한의 시술원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복지부 고시에는 마취과 전문의 초빙료 자체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의 결의문은 ▶경막외 마취시 필요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초빙료와 약재료, 산모 관리료를 비급여로 전환해 줄 것 ▶불합리한 수가로 인한 피해를 막고 환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 시술의 수가가 적정화되거나 비급여로 인정될 때까지 무통분만을 포기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28일 이 사안에 대한 공조 입장을 밝혔다.

건강 관련 시민단체는 "의사들이 무통분만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비합리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수가가 정해져 있는데 과다 청구한 것은 명백한 잘못으로 환불은 당연하다"며 "현행 수가의 불합리한 점은 수가 조정 때 검토해야지 이 때문에 시술을 포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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