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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기와와 함께 구워낸 60년 외길인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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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선기와를 만드는 기와막은 현재 국내에 10여곳 있다. 그러나 전통 시설 및 기법을 이용해 기와를 생산하는 제와장(製瓦匠)은 한 사람뿐이다.

열네살 때 기와와 인연을 맺어 1960년 동안 외길 인생을 살아 온 중요 무형문화재 제91호 한형준(韓亨俊.74.전남 장흥군 안양면 모령리)옹.

韓옹은 "진작 그만두고 싶었지만 배운 것이 이 짓밖에 없어 지금까지 이러고 있다. 내세울 것도 없고 자랑거리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왓장을 바라보는 주름진 얼굴과 굵은 손마디, 기와 생산 과정을 설명하는 목소리엔 장인의 혼이 배어 있다.

장흥읍에서 국도 18번을 따라 보성군 회천면 방면으로 10분쯤 달리다 관산읍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5백m쯤 가면 마을 도로변에 韓옹의 토제 축와공장이 있다. 초가 지붕에 녹슨 양철 벽으로 둘러친 50평짜리 기와막이다. 열일곱살 때 이모부를 따라 정착한 이곳에서 韓옹은 투박하지만 쉽사리 깨지지 않는 조선기와를 만들고 있다.

기와는 구아질(흙 정제).질(흙)밟기.흙보시기 짓기(흙더미 쌓기).쨀줄기(불순물 제거작업).방망이질.다드락(도마 작업).통배씌우기(기와형태 제작).통빼기.건조 등의 과정을 거친다.그런 다음 한 치의 틈도 없는 가마에서 12~14시간 구으면 기와의 검은 빛이 우러난다.

韓옹은 "수키와.암키와.수막새.암막새.망와 등 조선기와는 한옥이 많았던 30년 전만 해도 잘 팔렸다"며 "슬레이트와 시멘트로 주택을 개량하는 요즘엔 주문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찰과 문중 제각의 보수용으로 일년에 고작 5백~1천장 가량 생산한다.

그는 "손으로 이뤄지는 고된 작업과 적은 수요 때문에 제작 기법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韓옹은 "팔리건 안 팔리건 평생을 바쳤으니 힘닿는 데까지 기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흥=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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