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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고 오페라를 "교향곡 연주하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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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함께 퍼셀의 오페라‘디도와 에네아스’를 연주하는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존엘리엇 가디너(사진위)가 바로크 음악을 그 시대의 연주법에 맞게 충실히 재현하기 위해 창단했다.

지난 16일 이탈리아 로마의 공연장인 오디토리엄 파르코 델라 무지카의 '산타 체칠리아홀'. 개인 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정명훈씨를 대신해 독일 지휘자 디트프리트 베르네트가 지휘봉을 잡은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가 R 슈트라우스의 단막 오페라 '살로메'를 연주했다.

무대 장치나 의상.연기를 곁들이지 않고 통상적인 연미복과 드레스를 입은 채 심포니홀에서 공연했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은 음악으로 묘사된 주인공들의 내면정서를 충분히 느끼면서 오페라를 즐겼다. '콘서트 오페라'로 불리는 연주회 형식이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이 콘서트 오페라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존 엘리엇 가디너(61)가 지휘하는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와 몬테베르디 합창단이 출연하는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가 그 주인공이다. 1997년 정명훈 지휘의 KBS 교향악단이 베르디의 '오텔로'를 KBS홀 무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한 적이 있지만 심포니 전용홀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페라 자막(字幕)이 설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5월 부천시향과 부천시립합창단이 같은 무대에 올린 '마술피리'는 간단한 무대 장치와 의상까지 동원한 '세미 스테이지 오페라'여서 엄밀히 말해 '콘서트 오페라'와는 거리가 멀었다.

'디도와 에네아스'처럼 무대 장치와 의상 제작비까지 투자할 만큼 흥행성이 보장되지 않는 비인기 작품인 경우 콘서트 오페라가 제격이다. 평소 오페라 극장에선 엄두도 못낼 오페라도 콘서트홀에선 얼마든지 연주할 수 있다.

영국 출신인 존 엘리엇 가디너는 퍼셀.바흐.헨델 등 바로크 시대는 물론 르네상스.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을 당시의 연주 방식으로 재현해내는 정격 연주의 거장. 1996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첫 내한공연에서 그가 들려준 바흐의 'B단조 미사'에서 느꼈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팬이 많다.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는 그가 고음악 연주를 위해 직접 창단한 연주단체다.

헨리 퍼셀(1659~95)은 영국 음악사에서 엘가.브리튼과 함께 최고로 손꼽히는 작곡가다. '영국의 오르페우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디도와 에네아스'는 그가 남긴 유일한 오페라이자 영국 최고(最古)의 오페라다. 3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연시간은 한 시간. 1689년 런던의 한 여학교에서 초연되었는데 에네아스와 남성합창을 제외한 배역은 모두 그 학교 학생이 맡았다. 무대는 고대 카르타고. 트로이의 왕자 에네아스와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에네아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패배한 뒤 도망쳐 카르타고에 도착한다. 디도를 미워하던 마녀들이 에네아스에게 장차 로마제국을 세울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하자 에네아스는 디도 곁을 떠나고, 상심한 디도는 자결하고 만다. 메조소프라노 레나타 포쿠픽(디도 역), 바리톤 벤 데이비스(아이네아스 역)가 독창자로 나선다.

2부에선 퍼셀의'템페스트'중 서곡과 '넵튠의 가면'장면이 연주된다. 존 드라이든이 각색한 셰익스피어 연극을 위한 부수음악이다. 12월 1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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