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하며 학점 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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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군(軍) 복무 중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제대 후 이를 대학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전군 6842개 중대에 PC(펜티엄Ⅲ급) 16대씩이 보급된다. 장병들이 근무가 끝난 뒤 '중대 인터넷 PC방'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안병영 교육부총리 주재로 지난 25일 열린 제5차 인적자원개발회의에서 "군 복무 기간에 틈틈이 능력을 계발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군 인적자원개발사업 추진 계획'을 마련했다"고 26일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다음달 중 국방부.교육부.노동부.정보통신부와 한국교육개발원.한국직업능력개발원.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경련 등으로 '군 인적자원개발 추진기획단'을 구성했다. 내년 3월까지 구체적인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해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 학습하는 병영생활=정부가 구상 중인 프로그램은 ▶외국어 습득 ▶정보검색.정보처리 등 정보지식 습득 ▶국가기술자격.국제공인자격 취득 등이다. 프로그램에는 교육부.노동부 등이 지원하는 교육과정뿐 아니라 군 자체의 교육.훈련도 포함된다.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중대 PC방이나 교육방송(EBS)을 활용해 제공할 방침이다.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하거나 입학했을 때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어떤 프로그램을 학점으로 인정할지와 몇 학점까지 따게 할지 등은 국방부.교육부.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육협의회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군 교육과정 평가위원회'(가칭)가 결정하게 된다.

◆ 배경과 과제=매년 제대하는 현역병은 27만명이다. 이렇게 많은 인력이 2년여 동안 군에 있으면서 실제 생활에 별도움이 되지 않는 생활을 한다. 개인과 국가 모두에 낭비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회의에서 "군 본연의 임무를 다하면서 자유시간을 이용해 장병 개개인에게 자기계발의 기회를 줌으로써 복무의욕을 높이고 제대 후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역병들의 경우 평일에 1~2시간, 공휴일에 2.5~4.5시간 등 일주일에 10~19시간의 여유시간이 있어 이를 활용하면 근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 학습이 가능하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군 복무 중 이수한 교육프로그램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은 대학이 동의해야 가능한 사안이다. 또 일부 지방 사립대는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반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군대에서 이수하는 학점이 대학의 한 학기 학점에 해당할 만큼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등록금 감소 등의 부작용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선 군부대에서 장병들이 눈치보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국방부가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성공의 관건이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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