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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패트롤] 부실 금융기관 감사결과 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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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어디까지 갈지 논의가 분분하다.

최근 미국 소매 판매나 경기선행지수 등 일부 지표가 소폭이나마 회복세를 보이자 경기가 곧 바닥에 근접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유력한 민간연구소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경기 침체를 곧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선진국 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지리라 전망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 발표되는 소비자 신뢰지수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베이지북(지역경제 보고서) 등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이런 것들이 향후 FRB의 금리 추가 인하 여부를 가름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골치아픈 공적자금이 이번 주에도 상당한 지면을 차지할 것 같다. 우선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부실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된다.

각종 형태의 누수를 짐작할 수 있다. 해당 기업 임직원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에 관한 논란도 예상된다. 모두 5천억원 규모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부실기업주에 대한 검찰의 수사 상황에도 초점이 모아진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5조7천억원어치의 공적자금 조달 채권 가운데 4조5천억원어치를 연장키로 하고, 곧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한다. 갚을 여력이 없어 이 만큼의 빚을 10~20년 뒤로 미루겠다는 얘기다. 자식 세대로 빚을 떠넘기는 것이다.

한편 지난 주말 경제장관들이 간담회를 열고 김포매립지 개발방안을 공식 논의함으로써 앞으로 여러가지 견해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의 방향은 이곳을 농업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절반 가까운 면적을 주거.관광.국제업무.물류.첨단연구 등의 기능을 갖춘 도시로 조성하고, 나머지는 농지로 사용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농사를 짓겠다는 것인지, 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통 알 수가 없다.

농정과 관련한 어정쩡한 모습은 쌀 수매가 결정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양곡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내년도 수매가 인하를 권고했지만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이 뒤로 나자빠지고 있다.

국내 쌀값이 국제 시세에 비해 대략 4~5배나 높은 사실을 잘 알면서도 여전히 수매가 인하를 외면하는 국회 모습은 무책임하다.

일본은 이미 1997년부터 매년 수매가를 낮춰오고 있다. 내년도 수매가도 올해보다 2.8% 낮추기로 했다. 6년 연속 인하다. 일본 정부는 2003년부터는 아예 쌀 생산량을 직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경작면적을 억제해 왔으나 생산성 향상으로 쌀생산이 줄어들지 않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찾아나선 것이다. 보고 배울 일이다.

심상복 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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