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2권의 그림책을 낸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요즘 한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어린이에 대한 존중과 애정, 교육에 대한 열정이 한국 어린이책 시장의 특징입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예술적인 그림책, 철학적인 그림책을 골라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가 ‘한국 예찬론’을 펴는 것은 그의 조국 폴란드와 대비돼서다. 폴란드의 어린이책의 황금기는 1960∼70년대였다. 국영기업인 출판사들이 국가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지원이 줄어들면서 폴란드 어린이책 시장은 침체되기 시작했어요. 소위 마트에서나 팔릴 만한 유치한 책이 주류를 이뤘지요.”
그가 돌파구를 찾은 건 2003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때였다. 당시 주빈국은 폴란드였다. 그의 작품도 전시장 곳곳에 걸렸다. “제 작품을 본 한국 출판사들이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며 제안을 해왔어요. 이후 한국 출판사에서만 12권을 책을 냈습니다.”
‘합작’은 성공적이었다. 국내에서만 그의 책은 10만 권 이상 팔렸다. 스페인·중국·대만 등 해외로 수출도 됐다. 멕시코로 수출된 『파란 막대 파란 상자』(사계절)는 멕시코 교육청의 추천도서로 뽑혔고, 『발가락』(논장)은 그의 고향 폴란드로 역수출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하지 않다. 그림과 글 속에 담긴 상징과 은유를 풀어야 하고, 이야기 앞뒤를 퍼즐처럼 맞춰야 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깨칠 수 있도록, 또 저마다 자기만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겹의 의미를 숨겨놓곤 합니다.”
그의 방한은 세 번째다. 한국과 익숙해진 그는 우리 옛 건축과 한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한글은 기하학적으로, 조형적으로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스러운지 몰라요. 2005년 한글 그림책 『생각하는 ㄱㄴㄷ』(논장)을 펴낸 적이 있는데, 지금 만들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사진=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