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만 10만 권 판매 … 폴란드 그림책 작가 흐미엘레프스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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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에서 12권의 그림책을 낸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요즘 한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폴란드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50)에게 한국은 각별한 나라다. 그는 한국에서 주목을 받으며 외국에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룬 『두 사람』, 시간의 문제를 탐색한『시간의 내 방향』 등 제법 묵직한 책으로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제시해왔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세계 작가 축제’(10∼14일)의 초청작가로 방한한 그를 만났다.

“어린이에 대한 존중과 애정, 교육에 대한 열정이 한국 어린이책 시장의 특징입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예술적인 그림책, 철학적인 그림책을 골라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가 ‘한국 예찬론’을 펴는 것은 그의 조국 폴란드와 대비돼서다. 폴란드의 어린이책의 황금기는 1960∼70년대였다. 국영기업인 출판사들이 국가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지원이 줄어들면서 폴란드 어린이책 시장은 침체되기 시작했어요. 소위 마트에서나 팔릴 만한 유치한 책이 주류를 이뤘지요.”

그가 돌파구를 찾은 건 2003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때였다. 당시 주빈국은 폴란드였다. 그의 작품도 전시장 곳곳에 걸렸다. “제 작품을 본 한국 출판사들이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며 제안을 해왔어요. 이후 한국 출판사에서만 12권을 책을 냈습니다.”

‘합작’은 성공적이었다. 국내에서만 그의 책은 10만 권 이상 팔렸다. 스페인·중국·대만 등 해외로 수출도 됐다. 멕시코로 수출된 『파란 막대 파란 상자』(사계절)는 멕시코 교육청의 추천도서로 뽑혔고, 『발가락』(논장)은 그의 고향 폴란드로 역수출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하지 않다. 그림과 글 속에 담긴 상징과 은유를 풀어야 하고, 이야기 앞뒤를 퍼즐처럼 맞춰야 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깨칠 수 있도록, 또 저마다 자기만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겹의 의미를 숨겨놓곤 합니다.”

그의 방한은 세 번째다. 한국과 익숙해진 그는 우리 옛 건축과 한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한글은 기하학적으로, 조형적으로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스러운지 몰라요. 2005년 한글 그림책 『생각하는 ㄱㄴㄷ』(논장)을 펴낸 적이 있는데, 지금 만들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사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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