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녀’ 경쟁부문 동시 진출 … 과거 두 편 오를 땐 수상 쾌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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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호 03면

이창동 감독·윤정희 주연의 ‘시’. 19일 공식상영된다.

63회째를 맞는 올해 칸 영화제는 분위기가 예년에 비해 차분하다. 아이슬란드 화산재 때문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영화 제작이 침체돼 예년에 비해 좋은 작품이 많지 않았다. 해마다 21, 22편이던 경쟁작이 올해는 19편에 불과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게다가 그리스발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칸 영화제를 먹여 살리는 원동력인 필름마켓 규모는 전년도보다 10∼2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63회 칸 영화제 올해의 분위기는

칸 영화제는 12일(이하 현지시간) 개막작 ‘로빈 후드’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로빈 후드’는 ‘글래디에이터’(2000년)의 리들리 스콧 감독과 배우 러셀 크로가 재회한 액션대작이다. 예술영화의 요람을 자처하는 칸이지만, 개막작만큼은 작품성과 상업성이 적당히 섞인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한다. 정상급 스타들을 데려와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무릎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오지 못했지만 러셀 크로가 레드 카펫을 밟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14일 열린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기자회견도 올리버 스톤 감독과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샤이아 라보프 등을 보기 위해 온 취재진으로 성황을 이뤘다. 메인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 앞 크로아제 대로는 스타들을 잠깐이라도 보려는 인파로 연일 북적댔다.

15일 현재 경쟁작 19편 중 3편이 선을 보였다. ‘하녀’를 비롯해 마티외 아말릭 감독(프랑스)의 ‘순회공연’, 왕 샤오솨이 감독(중국)의 ‘충칭 블루스’다. 원래 지난달 칸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경쟁작은 한국영화 2편을 포함해 18편이었다가, 개막 하루 전 켄 로치 감독(영국)의 ‘루트 아이리시’가 더해졌다. 켄 로치는 2006년 ‘보리밭에 부는 바람’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이다.

올해 칸 경쟁작은 ‘스타 워스’로 불릴 만큼 쟁쟁했던 지난해보다는 화제성은 덜한 편이다. 첫 경쟁작을 내는 젊은 감독들이 다수 눈에 띄고 거장이 골고루 끼어있는 등 전반적으로 내실을 기하려 한 인상이다. 아시아권 영화가 6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권 영화가 8편이다. 경쟁작 중에는 다소 의외다 싶은 작품도 눈에 띈다. ‘본 아이덴티티’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더그 라이먼이 연출한 ‘페어 게임’이 대표적이다. ‘페어 게임’은 미국 부시 행정부 때 일어난 ‘리크게이트’(이라크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여부와 관련, 부시 대통령 측근이 CIA 요원의 신분을 고의로 누설한 정치 스캔들)가 소재다.

한국영화 두 편이 나란히 경쟁작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 2007년 ‘밀양’(이창동)과 ‘숨’(김기덕)이 동반 진출했다. 그때마다 수상 소식은 어김없이 들려왔다. 23일 열릴 폐막식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19일 갈라 스크리닝을 하는 이창동 감독의 ‘시’는 출품 당시 티에리 프리모 예술감독(집행위원장에 해당)이 “세련된 단순성, 휴머니티, 그만의 형식, 그리고 ‘시’ 그 자체가 있는 뛰어난 작품으로, 보편적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 영화”라고 극찬한 바 있어 수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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