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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피임약 올바른 사용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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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원하지 않는 임신을 막는 보루가 될 것인가, 성 도덕의 타락을 부추기는 도화선이 될 것인가. 그동안 응급(사후) 피임약 노레보정(錠)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쟁거리다. 결론은 상식적이지만 남.오용의 소지가 있으므로 바로 알고 선용(善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은 응급 피임약 노레보정(프랑스 HRA 파마사 제조, 현대약품 판매)을 바로 알기 위한 명암을 짚어본다.

그동안 이약은 사후 피임약으로 불렸으나 사후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것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어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주도로 이름을 '응급 피임약'으로 바꿨다.

◇ 응급 피임약이란〓기존의 먹는 피임약에 포함된 황체 호르몬의 농도를 5~6배 농축시켜 만든 알약. 새로운 성분은 아니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방해해 임신을 막는다. 기존 피임약이 사전 예방 목적이라면 응급 피임약은 콘돔이 찢어진 경우나 성폭력 등 원하지 않는 임신의 가능성이 있을 때 사후 피임 효과를 얻기 위한 약이다. 인공중절 수술 대신 알약의 복용으로 임신을 예방한다.

성 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한 알을 복용하며 12시간 후 한 알을 추가 복용한다. 노레보정은 전문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처방을 거쳐야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시판은 허용됐지만 수입 통관 등 절차가 끝나는 내년 1월 초부터 시중에서 살 수 있다. 약값은 2정 한 세트에 1만원 내외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 효능과 부작용=응급 피임약은 빨리 사용할수록 효과적이다. 성 관계 후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피임 실패율이 5%에 그치지만 48시간 이내면 15%,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실패율이 40%에 이른다.

일반 피임약의 피임 실패율이 0.1~2%, 루프로 불리는 자궁내 장치의 경우 0.3~2%, 콘돔의 2~15%에 비하면 피임 실패율이 높은 편이다. 10년쯤 전부터 시판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응급 피임약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생리 불순이다. 전체 복용자의 70%에서 나타난다.

이밖에도 속이 메슥거리거나 유방이 붓고 전신의 무력감과 현기증.두통 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일시적이며 복용 후 1~2일이면 대개 사라진다.

◇ 주의 사항=응급 피임약 복용 후 나타나는 질(膣)출혈로 대개 피임의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나 스스로 속단해선 안된다. 응급 피임약의 실패율이 높은데다 착상 출혈과 자궁외 임신 출혈 등 임신이 됐을 때도 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응급 피임약을 복용한 뒤 3주가 되면 의사에게 검진받아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리 정맥이 파랗게 불거져나오는 정맥 혈전증이나 심장병.간암.당뇨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여성은 부작용 우려가 높으므로 복용전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응급 피임약의 남.오용은 예상되는 가장 큰 부작용이다. 응급 피임약은 큰 부작용이 없는 비교적 안전한 약이지만 신체적 부담이 큰데다 실패율도 높다. 게다가 반복할수록 피임 효과가 떨어져 처음 사용한 경우 실패율이 11~25%지만 두번째 사용에선 19~38%로 높아진다.

응급 피임약은 말 그대로 콘돔을 안썼거나 먹는 피임약 복용 없이 성관계를 가졌을 때 또는 성폭력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 사전 피임법을 등한시하면 큰 낭패를 자초한다는 말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주신 분〓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홍순기 홍보이사 ·연이산부인과 김창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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