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입양의 주인공은 아이인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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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5월 11일자 18면>

윤주도 그렇지만 윤겸이는 사실 입양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인기 없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남자아이에 건강도 나빴고, 입양 당시 벌써 생후 19개월이었다. 하지만 박씨는 “두 아이를 입양해 보니 사랑하는 마음에 조건은 문제가 안 되더라”며 “윤겸이도 그런 맘에서 입양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유현민(51·여)씨도 세 딸을 공개 입양했다. 지난해 둘째 딸 혜윤이를 입양할 때는 생모와 직접 연락까지 주고받았다고 한다.

유씨가 보육원에 있던 혜윤이를 만난 건 일반 가정 체험 프로그램에서였다. 혜윤이는 간절히 유씨의 가족이 되길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혜윤이는 이미 일곱 살이나 됐다. 무리 없이 가족으로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게다가 생모가 친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종종 혜윤이를 찾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유씨는 입양을 결심했다. 생모에게 혜윤이의 뜻을 전하고 친권 포기를 설득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입양에 대한 편견이 서서히 걷히고 있고 당당하게 입양 사실을 알리는 가정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양된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여자아이고 건강하고 생후 3개월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조건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은 입양 대상에서 소외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씨와 유씨의 사례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이기도 하다.

입양은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아이들에게 가정의 따뜻함과 사랑을 느끼게 하고 어엿한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라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지금처럼 이것저것 조건을 따져 입양한다면 소외된 아이들에겐 더 큰 아픔만이 주어진다. 왜 입양을 하는지, 왜 입양이 필요한지에 대해 우리 모두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김정수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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