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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자살관광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일본영화는 코미디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중년 샐러리맨의 애환을 춤으로 푼 '섈 위 댄스'나 TV의 위세에 밀려 옛 영화(榮華)를 먹고 사는 라디오 방송국 주변을 유쾌하게 그린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등이 대표적 사례. 일상의 고단함을 상큼한 웃음으로 포장하는 재주가 있다.

'자살관광버스'도 이런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목만 보면 섬뜩한 엽기로 무장한 공포영화 같지만 분위기는 시종일관 코믹하다.

자살이란 극단적인 수단으로 삶을 끝내려는 사람들의 최후 순간을 능청스런 제스처로 웃어넘긴다. 자살과 웃음이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를 한데 녹여내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결과는 의욕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막대한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그들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돌려놓는 마지막 기회로 보험사기를 선택하고, 그래서 관광버스 한대를 빌려 '임종여행'에 나선다는 발상은 신선하지만 관객을 휘어잡을 만한 정서적 울림은 미약하다. 순간순간의 기지나 재치는 살아있으나 전체를 관통하는 설득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영화는 자살을 결심한 열한명의 사람들 속에 전혀 예정에 없었던 발랄한 아가씨가 끼어들면서 빚어지는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삶의 에너지로 충일한 철없는 소녀의 캐릭터가 작위적이고 주변의 무기력한 인물들과의 대비도 극단적이라 부조리한 현실을 들춰내는 블랙 코미디의 묘미가 반감되는 모양새다.

'키즈 리턴''하나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 밑에서 11년간 조감독을 했던 시즈미 히로시 감독. 15세 관람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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