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락기종 엔진 최근 잦은 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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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당국.언론.전문가들은 지난 12일 발생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추락의 원인을 테러보다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 쪽으로 판단을 굳혀가고 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메리온 블레이키 위원장은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로 판단할 때 이것은 사고"라고 말했다.

◇ 사고로 모아지는 정황=목격자들은 한결같이 "비행기 엔진 두개 중 한개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CNN방송에 "비행기 추락 전 엔진 하나가 먼저 떨어져 나오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근처 상공에서 비행하던 한 기장은 ABC방송에 "사고 여객기가 이륙 후 상승할 때 엔진 하나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조종실과 지상 관제실간에 특별한 비상교신이 없었다는 점도 테러 가능성을 작게 하고 있다.

기내 납치없이 좌석이나 화물칸에서 폭탄이 터졌을 수도 있으나 이럴 경우 비행기 폭발 양상이 목격자가 본 것과는 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종합적으로 엔진 고장-연기-화염-폭발-엔진 분리-비행기 통제 불능-추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 문제의 엔진=사고기인 에어버스 A300 기종에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제작한 CF6 엔진 두 개가 양쪽 날개 밑에 달려 있다.

이 엔진은 1984년부터 지금까지 2천9백54개가 만들어져 전세계 1천여대의 비행기에 장착돼 있다.

GE의 릭 케네디 대변인은 12일 이 엔진이 "놀라울 정도로 믿을 만하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이 엔진은 여러 차례 고장을 일으켰다고 항공 전문가들은 전했다.

NTSB는 최근 이 엔진과 관련된 사고 3건이 발생하자 지난해 12월 연방항공협회(FAA)에 엔진 검사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 PA통신은 12일 항공안전 전문가의 말을 빌려 CF6 엔진이 지난 2년간 일곱차례의 심각한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 테러 가능성은 없나=9.11 테러 이후 공항 검색이 대폭 강화돼 테러리스트가 폭탄을 기내에 반입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되는 왼쪽 날개 엔진이 최근 분해 점검을 받았기 때문에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는 시각에서 테러 혐의를 거론하는 의견도 있다.

점검 후 다시 엔진이 사용된 시간이 왼쪽은 6백여시간, 오른쪽은 9천7백여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비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비행기 사고도 많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서울=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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