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 개혁’ 시간 걸리더라도 이번엔 제대로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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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검찰 개혁이 화두다. ‘스폰서’ 논란이 계기다. 막강한 권력의 부패상에 견제(牽制)의 당위성이 세(勢)를 얻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이 엊그제 정부 차원의 별도 TF팀 구성을 지시하면서 직접 챙기는 모양새다. 역대 정권이 유야무야 넘긴 검찰 개혁이 이번에는 제대로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TF는 장관이나 수석비서관 몇몇이 주도하는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차제에 학계와 외부 전문가를 망라해 그동안 드러난 검찰의 문제점을 확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검찰의 조직과 제도는 물론 기소독점주의와 배타적 사법권까지 충분히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나아가 국회의 사법개혁특위와 연계, 법조 전반의 개혁으로 대국민 ‘사법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전환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검찰 개혁은 크게 네 갈래다. 첫째, 무소불위한 권력의 견제다. 이번에 불거진 ‘스폰서’ 논란도 결국 집중된 권력이 그 원인(遠因)이었다. 민주 권력의 작동 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적절한 제어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든, 특검의 상설화든, 수사권 조정이든, 검찰심사회든 모든 것을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검찰은 종종 ‘살아 있는 권력에는 약하면서, 죽은 권력에만 강하다’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반면에 정작 권력의 원천이자 섬김을 받아야 할 국민은 소외됐다. 검찰을 어떻게 정권으로부터 독립시켜 ‘국민의 검찰’로 만들지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수사역량 강화다. 첨단으로 무장해 날아가는 범죄를 기존의 기어가는 수사방식으로는 어림없다. 첨단분야나 디지털 범죄, 금융이나 기업 합병 같은 전문적인 분야는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넷째, ‘조폭’적인 문화다. 지연과 학연과 기수로 얽혀 서로 밀어주며 끼리끼리 행태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김준규 검찰총장이 검찰 인사기록에서 출신 지역과 고교를 삭제하도록 지시했겠나. 따라서 정부의 검찰 개혁 TF는 이런 과제에 법적·제도적 해답을 도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적 접근은 절대 금물이다. 검찰이 무슨 ‘거악(巨惡)’이라도 되는 양 몰아붙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제도적인 허점과 불비(不備)로 빚어진 문제점을 이 기회에 전면 정비하자는 것이다. 검찰도 열린 자세로 비난과 화살을 감수해야 한다. 김준규 총장이 어제 사법연수원에서 “권한과 권력을 쪼개서 남을 주든지 새 권력을 입히는 것은 답이 아니다”고 말한 것도 자칫 기득권으로 비칠 수 있다.

검찰 개혁과 별도로 이번에 불거진 ‘스폰서’ 사건은 그 자체로 철저히 조사하여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야 한다. 현재 민간 참여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우선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게 순서다. 조사위의 성격과 활동의 한계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으나 평가는 조사 결과를 놓고 해도 늦지 않다. 그 결과가 미진하다면 그때 가서 여야가 합의한 특검이 나서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