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전파견문록 100회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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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아빠가 하는 건데 엄마가 더 바빠요."(출근)

"엄마는 손으로 하고, 아빠는 발로 해요."(빨래)

"얘가 박수를 치면 사람들이 다 박수를 쳐요."(물개)

시청자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 온 MBC '전파견문록'이 12일로 1백회를 맞는다.1999년 10월 방송을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이 프로는 일곱살 전후의 어린이들이 주어진 단어를 설명하고, 연예인 등으로 구성된 패널이 이를 맞추는, 어찌 보면 간단한 포맷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순수하고 엉뚱한 발상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시청률 17~18%를 넘나드는 인기 오락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답을 듣고 나면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시각에 절로 "아하~"라며 감탄하게 돼 혹시 이 퀴즈가 아이들의 생각을 흉내낸 어른들의 작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제작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의혹은 사라지게 된다.

어린이들의 기상천외한 발상이 시청자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어린이 출연자를 섭외하는 데 노력을 집중한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수시로 오디션을 하는 건 물론이고, 일주일 내내 10여 군데의 유치원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고른다.

한 어린이당 50여 개의 단어를 주고 그 단어를 설명하도록 한 뒤 독특한 생각으로 제작진을 놀라게 만드는 어린이를 선발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2년간 1백79명의 어린이가 5백70개의 문제를 출제했다.

요즘엔 '영악해진' 어른 패널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어린이 출연자를 섭외하는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가을 개편과 함께 시간대를 토요일 밤 10시15분에서 월요일 저녁 7시25분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동안의 터줏대감 김국진.김용만 대신 탤런트 조형기.이의정, 가수 겸 작곡가 주영훈이 고정 패널로 출연한다.

최영근 총괄 PD는 "실제 초등학생 딸을 둔 MC 이경규의 자연스러운 진행이 프로의 인기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전체적인 포맷엔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앞으로도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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