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남자 태권도 위상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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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국 남자 태권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5일까지 전체 8체급 중 5체급이 마무리된 제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는 단 한개의 금메달만 따냈다. 여자가 다섯체급을 모두 석권하며 예상 외로 선전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는 밴텀급의 강남원(22.한국가스공사)만이 가까스로 금메달을 따냈다. 8강전에서 떨어진 헤비급의 현재호(21.계명대)는 그중 나은 편이고, 페더급 문화선(20.경희대).라이트급 정우열(22.경희대).웰터급 유근무(25.한국가스공사)등은 모두 1,2회전에서 초반 탈락했다.

1973년 이 대회가 창설된 이후 한국 남자 태권도는 단 한번도 종합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종합우승은 당연했고 전종목을 싹쓸이하느냐 아니냐로 고민할 정도였다.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유럽과 중동세가 급성장했다는 것만으로는 한국 남자 태권도의 추락을 설명할 수 없다.

태권도인들은 대표선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가스공사 주신규 감독은 "대표선발전 당일 컨디션에 따라 대표가 결정돼 정말 실력있는 선수가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유도처럼 해외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겐 가산점이 부여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 에스원 김세혁 감독은 "이번 대회 출전선수 중 국제경험이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 '국내용'이 아닌 '국제용'선수들을 선발해내는 안목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태권도계의 현실이 경기력으로 발휘되고 있다는 진단도 많다. 한 태권도인은 "사실 그동안 국가 대표로 선발되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은 따는 건 당연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대표 선발전이 실력보단 여러가지 외부 사항을 고려해 계파간.학교간 잡음이 안나게 '분배'해오기도 했다. 그것이 결국 실력없는 대표선수를 양성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편 5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웰터급 결승전에서 김혜미(18.서울체고3)는 대만 선수에게 우세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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