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본 옷로비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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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직동팀 최종보고서를 입수해 신동아그룹측에 보여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기소된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5일 옷 로비 의혹은 실체가 없는 사건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金전총장에게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히면서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특별한 잘못 없이 사직동팀으로부터 억울한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延씨가 옷로비 의혹사건의 피해자라는 취지여서 延씨가 신동아측으로부터 옷 로비를 받았다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 재판부 판단=재판부는 옷로비 의혹사건을 '강인덕(姜仁德)전 통일부 장관의 부인 裵정숙씨가 延씨가 구입하지 않은 옷값 지급을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씨에게 권유한 데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金전총장은 신동아측이 옷로비 의혹사건을 일간지에 광고하겠다고 협박하자 박주선(朴柱宣)전비서관으로부터 사직동팀 최종내사보고서를 전달받아 '협박을 그만하라'며 신동아측에 전달했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재판부는 金전총장에게 최초보고서를 전달한 인물에 대해서는 "朴전비서관이 金전총장에게 사직동팀 최초보고서를 전달했을 개연성은 있지만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金전총장과 朴전비서관이 사직동팀의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최초 및 최종보고서를 주고 받은 혐의로 구속했으나 두 사람 모두 최초 보고서를 주고 받았다는 부분은 강력히 부인해 왔다.

◇ 엇갈리는 옷로비 의혹 판단=1998년초부터 외화밀반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신동아그룹 회장 崔순영씨의 부인 李형자씨가 남편을 위해 98년 12월 延씨에게 밍크코트로 로비를 했는지 여부가 사건의 핵심이었다.

99년 1월 사직동팀 내사에 이어 같은해 5월 서울지검은 裵씨가 주도적으로 李씨에게 延씨 옷값 대납을 요구했던 사건으로 파악하고 裵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비난여론과 함께 국회 청문회(99년 8월)를 거쳐 특별검사제가 도입됐다.

특검은 99년 12월 "延씨가 라스포사에서 옷을 가져가기는 했지만 사장 鄭일순씨가 裵씨와 함께 李씨에게 지나친 옷값 요구를 함에 따라 李씨가 로비를 포기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국회가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延씨 등 관련 여인 5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그 뒤 대검은 "李씨측이 金전검찰총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악의적 소문을 내 자작극을 꾸몄고 裵씨가 李씨에게 로비를 하도록 부추겼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延씨가 옷로비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특검 수사발표 등에 이어 金전총장 사건담당 재판부는 5일 한걸음 더 나아가 "옷로비 의혹은 '裵씨의 거짓말'과 '李씨의 오해'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延씨측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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