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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신기술 추가 투자 위해 R&D센터 한 층 비워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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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가운데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은 손꼽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 독일의 세계 최대 액정 제조업체인 머크(Merck)는 한국 내 R&D센터 구축에 적극적이다. 2002년 경기도 평택 포승산업단지에 생산설비와 기초 연구기능을 가진 R&D센터를 세운 데 이어 이달 똑같은 규모의 R&D센터를 추가로 지었다. 각각의 센터에 140억원씩 모두 280억원이 투입됐다.

지난 4일 현지에서 개소식을 한 유르겐 쾨닉(56·사진) 한국머크 사장은 “한국에는 삼성·LG라는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 양대산맥이 있다. 고객사의 미래는 바로 우리의 오늘이기 때문에 한국에 R&D센터를 증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머크는 매출 면에서 전세계 머크의 현지법인 가운데 아시아 국가 중 최대다. 세계적으로도 머크의 매출을 견인하는 5대 국가의 하나다.

이번에 완공한 R&D센터는 지상 5층이다. 쾨닉 사장은 “신축 R&D센터에서는 액정 연구 외에 태양전지·고체광원 분야까지 담당한다. 향후 한국 투자는 계속되는 사안임을 감안해 4층은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해 비워놨다”고 전했다.

머크의 ‘고객 중심’ 전략은 흥미롭다. 쾨닉 사장은 “드라마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액정 구성 비율이 있고, 스포츠 프로그램 시청에 맞는 액정 비율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사가 원하는 구성 비율을 맞추려고 큰 고객의 가까운 곳에 R&D센터를 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쾨닉 사장은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으로, 머크의 파키스탄 법인장을 거쳐 2008년 한국머크 사장에 부임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한국법인 내에서 새로운 조직관리 실험을 시작했다. 과장·차장·부장 같은 한국식 직급 호칭을 없애고 ‘-님’으로 통일시킨 것. 한국식 호칭이 직원들 간 또는 부서 내 소통의 위계질서를 너무 부각시켜 자유로운 제안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쾨닉 사장은 “한국식 직함은 해당 임직원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권한과 책임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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