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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고만 있어도 아파트 문 철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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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파트 철제문 앞에 서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져 아파트 키를 빼내 문을 열던 것이 10여 년 전이다. 아파트 키를 잃어버리면 철문의 자물쇠를 몽땅 바꿔야 했다. 좀 더 편하다고 나온 것이 도어록이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경쾌한 음향과 함께 자물쇠가 가볍게 열린다. 아파트 키를 분실할 일도 없다.

아파트 키는 이후에도 진화를 거듭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최첨단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자물쇠 기능을 훨씬 뛰어넘는 ‘전자 집사’가 됐다. 소지자의 위치 파악은 물론 소액대금 결제까지 한다.

이달 하순 입주가 시작되는 경기도 용인 동천의 래미안 이스트팰리스의 ‘원패스 카드’가 그런 예다. 열쇠고리 크기의 원패스 카드는 고급 승용차의 카드키같이 생겼다. 이를 지니면 가령 양손에 시장바구니를 든 주부가 주차장에서 아파트 집 문 앞까지 그대로 올라갈 수 있다. 종전처럼 중앙현관 앞에서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리더기에 태그를 갖다 댈 필요가 없다. 중앙현관을 지나면 자동으로 승강기가 호출되고, 승강기에 탄 뒤 집이 있는 층 버튼을 따로 누를 필요가 없다.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원패스 카드의 ‘E’ 버튼을 누르면 가장 가까이 있는 폐쇄회로(CC)TV가 현장을 향한다. 이 화면은 경비업체 관리실과 집으로 곧바로 전달된다.

이 밖에 주차 위치를 자동 저장한 뒤 집 안의 모니터 등을 통해 통보하고, 무인택배함을 지나갈 때 택배가 왔음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교통카드와 단지 내 편의시설 이용요금을 결제하는 소액결제 기능도 갖췄다.

삼성의 원패스 카드에는 ‘근거리 위치인식 기술(CSS)’이 담겨 있다. 전파를 이용한 무선인식(RFID)과 유사하지만 이보다 훨씬 고주파인 2.45㎓(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김정원 상무는 “앞으로 나오는 원패스 카드에는 단지 내 자녀위치 찾기 기능을 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도 ‘스마트키’ 분야에서 앞선 편이다. 이미 5∼6곳 아파트 단지에 이런 시스템을 적용했다. 올 초 분양을 시작한 현대건설의 인천 검단 힐스테이트는 태그 형식이다.

입주민 카드인 ‘유비쿼터스 키(U-Key)’를 이용해 주차하고 공동 현관 입구의 해당 단말기에 U-키를 대면 승강기가 자동으로 호출돼 문이 열린다. 별도의 비밀번호를 누를 필요 없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U-키에서 나오는 전파를 감지해 문을 연다.

이 회사는 또 전국에서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U-키를 이용한 위치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입주민이 U-키의 비상버튼을 누르면 단지 안에 산재한 CCTV 가운데 현장 주변의 CCTV들이 자동으로 현장을 찍기 시작한다. 녹화 장면은 자택과 경비업체, 관할 경찰서에 전송된다. CCTV 옆에 부착된 확성기에서 경찰 사이렌이 울리면서 경고방송이 울려퍼지기도 한다.

김영수 주택사업본부장은 “유비쿼터스 보안시스템의 향후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8년 말 입주를 시작한 서울 반포 자이의 마스터키에도 소액결제 기능이 있다. 입주민 전용 편의시설인 자이안센터 내에서 카페와 스크린골프를 이용한 뒤 마스터키로 요금을 치르면 나중에 관리비에 포함돼 청구된다.

삼성 래미안 이스트팰리스의 ‘원패스 카드’ 주요 기능

1. 차량 주차위치 인식, 비상호출

- 주차한 곳을 잊어버렸을 때 최종 주차구역 정보 전송

- 위급 상황에 처해 비상버튼(E)을 누르면 CCTV 촬영 시작. 경보음 발생과 문제 장소 확인

2. 공동현관 출입, 무인택배 알림

- 소지한 원패스 카드의 신호를 감지해 공동현관문이 자동으로 열림

- 중앙로비 무인택배함에 택배 물건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입주자가 지나가면 이를 알림

3. 승강기 호출

- 공동현관을 지나면 입주민의 고유 신호를 감지해 승강기 호출

- 집이 있는 층을 입력하지 않더라도 승강기가 스스로 파악해 멈춤

4. 주변 정보, 홈오토메이션

- 로비 28곳에 설치된 정보단말기 ‘키오스크’에서 아파트 주변의 보건·의료시설, 주요 도로 상황 등 확인

- 집 안의 전등과 가스 제어

5. T머니

- 교통카드와 단지 내 편의시설 이용할 경우 소액 결제 자료 : 삼성물산 건설부문


심재우·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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