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대구서 모의예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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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랑 없는 결혼식이지만…정말 꿈만 같습니다."

30일 오전 11시30분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그린웨딩뷔페 3층 예식장에서는 이색 모의결혼식이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김분선(77)할머니 등 6명의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

이날 행사는 달서구여성단체협의회(회장 徐英子.58)가 지난달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22명의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개별 면담하는 과정에서 "웨딩드레스를 한번 입어보는게 소원"이라는 말을 듣고 준비해 이뤄졌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달서구미용협의회 회원 10명의 도움을 받아 곱게 신부화장을 마친 위안부 할머니들이 친지 등 5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명씩 입장하자 식장이 터져나가라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할머니 신부들은 그동안 겪은 설움과 한(恨)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훔치다가도 "곱기도 하다"는 말을 듣고는 이내 환하게 웃는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들이었다.

한명씩 예식장에서 사진촬영을 마친 할머니들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두류공원 등지에서 야외촬영도 했다.

특히 비록 신혼여행은 못 가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단체협의회측이 화장품 등이 든 신혼가방까지 전달하자 감격스러워하기도 했다.

이용수(72)할머니는 "주름이 조금이라도 덜 있을 때 입어봤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대구=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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