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스 마케팅…고품격 · 차별화로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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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외국을 방문할 때는 대부분 혼자이거나 한 두명의 수행원 정도만 함께한다.

하지만 그의 집은 의리의리하다 못해 요새 수준이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그의 집은 수억달러를 들여 각종 전산망과 위성통신망.첨단 정보통신기기 등을 갖춘 최첨단이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첨단 시스템 구축에는 돈을 물쓰듯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화려한 양복 대신 털털한 청바지를 좋아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빗 브룩스는 지난해 '보보스(Bobos in Paradise)'란 책을 통해 빌 게이츠처럼 '부르주아(Bourgeois)의 경제적 기반에다 보헤미안(Bohemian)'적 사고방식을 가진 디지털시대의 신(新)인간을 소개했다.

보보스란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의 결합어. 소득 수준은 안정됐지만 자유롭고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20대 후반~40대를 일컫는다.

때문에 이들의 소비패턴도 독특하다.절대로 낭비나 사치는 하지 않는다.하지만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생활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비싸도 구매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이들 보보스족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활발하다.쌍용자동차가 판매 중인 스포츠유틸리티 자동차(SUV)인 렉스턴은 30~40대 보보스를 겨냥한 제품이다.

고급 이미지와 가족과 함께하는 레저분위기를 결합한 덕에 다른 SUV보다 2배 이상 많이 팔린다. 투자정보잡지인 '에퀴터블'은 시중에서 살 수 없다. 판매하지 않고 연간 20만원의 회비를 낸 회원에게만 보내준다. 그런데도 발행부수가 3만부를 넘는다.

삼성전자는 아예 1천1백만명의 고객 중에서 30~40대 전문직을 따로 떼내 마케팅을 차별화한다. 최근에는 이들에게 위성방송 수신용 셋톱박스 30만원 할인권을 보내줬다.

고급 정보를 원하는 보보스들은 국내에서 위성방송이 시작되면 셋톱박스를 반드시 구입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마음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농산물은 배달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값은 비싸지만 농약에 오염 안된 음식을 먹고자 하는 보보스의 욕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KTF는 여성 보보스를 대상으로 '드라마'란 상품을 개발, 크게 히트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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