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유럽 재정위기 ‘강 건너 불’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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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늦어지는 가운데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자칫하면 유로 경제권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여기다 남유럽의 재정위기로 부실해진 서유럽 금융회사들이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국제적인 신용경색이 재연되면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전 세계 증시에서 주가가 연쇄적으로 폭락했고,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금 값이 폭등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이 대규모 주식 매도에 나선 데 이어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부동산담보대출)의 부실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경로로 위기가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남유럽 재정위기의 위험성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그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에 대한 우려라기보다는 간접적인 파장에 대비하자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최악의 위기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생겼다. 외환보유액이 넉넉하다는 것만 믿고 안심하고 있을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정부는 일요일인 9일 오후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일단 정부가 남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사태에 경각심을 잃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정부는 차제에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외자의 유출입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고, 국내 금융회사들의 외화 유동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 같은 국내적 대응 태세를 갖추는 것과 함께 정부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그동안 남유럽 재정위기에 침묵해 온 G20에 위기 차단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