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6일(현지시간) 장 마감을 30여 분 앞두고 미국 다우지수가 갑자기 곤두박질쳤다. 20분 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장중 하락으로는 역사상 가장 큰 폭인 9.2%다. 2001년 9·11 테러,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낙폭이 더 컸다. 시장이 요동쳤다. 컴퓨터에 입력된 프로그램이 팔자 주문을 쏟아 냈다. 가격이 하락하자 또 물량이 나왔다. 악순환이었다. 이후 시장이 진정되면서 결국 이날 다우지수는 347.8포인트(3.2%) 하락한 채 마감했다.

주가 폭락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소문으로 도는 건 한 주식 중개인의 주문 실수다. 프록터앤드갬블(P&G) 1600만 주를 판다는 게 160억 주 매도 주문을 내는 바람에 P&G 주가가 폭락했고, P&G가 속한 다우지수가 떨어지면서 다른 주식까지 급락했다는 설명이다.

그 이틀 전인 4일에는 다우지수가 2% 넘게 떨어지며 1만1000 선이 무너졌다. 그리스에 대한 자금 지원 합의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스페인 등의 재정위기가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중국의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휘감았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 잇따른 해외발 악재에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내내 1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며 1650 선을 내줬다. 정부는 “유럽발 금융위기의 여파는 제한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때다.

고란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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