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20분, 시술 3분 … 얼굴 얼룩 지우니 동안 살아났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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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문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렇다. 그래도 젊어서 생기는 피부 트러블은 낭만적이다. 여드름은 ‘청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반면 나이 들어 생기는 트러블은 서럽다. 검버섯은 ‘노화의 상징’이다. 노인들에게서 많이 생겨 일명 ‘저승꽃’이라고 불린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벤자민 버튼(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 브래드 피트 역)처럼 가는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의학의 힘으로 가는 세월을 잡아볼 수 있다. 그런데 ‘병원’이라는 생각에 피부과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망설이는 남편, 아버지와 함께 그 문턱을 넘어보면 어떨까. 차앤박피부과의 도움을 받아 본지 이정재 기자가 검버섯 제거 시술을 받았다. 시술은 간단했다. 정리는 동행한 고란 기자가 했다.

병원 찾는 손님 중 30%가 남자
왠지 피부과는 여자들 전용 공간 같다. 중년의 남자가 찾기엔 어색한 느낌이다. 그래도 어쩌랴. 취재를 위해서라면 ‘생체 실험’인들 마다하랴.

피부과 전문의 김지은 원장은 “요즘엔 꽃미남ㆍ꽃중년 열풍 때문인지 병원에 들르는 사람의 30%가 남자”라고 말했다.

일단 김 원장과 상담을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검은 반점은 검버섯이다. 검버섯은 자외선에 장기간 심하게 노출될 때 피부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각질과 표피 세포가 부분적으로 두꺼워지면서 색소가 침착돼 생긴다고 한다. 주로 얼굴과 팔다리에 불규칙한 모양의 검은색 반점으로 나타난다. 김 원장은 “주로 50대 이후에 잘 생겨서 노인성 흑자라고도 하지만 요즘엔 여행이나 골프를 즐기는 젊은 성인에게서도 잘 나타난다”고 말했다. 대한피부과학회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전국 20개 대학병원의 2만 명 가까운 환자를 조사한 결과 10년 동안 20~30대 젊은 층의 검버섯 발병 환자수가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은 받는데 특별한 제한은 없다. 김 원장은 다만 “몸에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고 부어 오르는 캘로이드 체질의 경우엔 시술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 체질은 아니란다.

마취는 길고 시술은 짧다
김지현 간호사를 따라 시술 준비실에 갔다. 없애려는 검버섯 부위에만 마취 크림을 발랐다. 크림은 일반 화장품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끝. 대기실에서 20~30분 정도 기다리라고 한다.


20분이 조금 지나자 시술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각도를 조절해 누울 수 있는 의자와 레이저 기계가 있다. 검버섯 제거에는 어븀야그 레이저를 쓴다. 2940nm의 파장으로 피부를 5~10um씩 정밀하고 얇게 깎아내고 시술 부위나 상태에 따라 박피의 깊이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레이저라고 한다. 의자에 앉자 간호사가 양쪽 눈에 숟가락 모양으로 생긴 것으로 눈을 덮었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잠시 후 김 원장이 들어왔다. 검버섯 부위에 레이저를 쏘자 ‘따닥따닥’ 소리가 들리면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피부 단백질이 타면서 나는 냄새다. 3분 정도 지났을까. 시술이 끝났다고 한다. 거울을 보니 검버섯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는 마치 딱지가 떨어진 것처럼 벌겋게 변했다. 제법 피도 많이 나왔다. 김 원장은 “검버섯 제거 시술은 피부과 시술 중 가장 간단한 편에 속한다”며 “한 번 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1mm 제거에 1만원꼴
간호사가 벌겋게 변한 검버섯 자리에 인조 피부를 붙여줬다. 그는 “24시간 동안은 물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후엔 세수 같은 간단한 씻기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당분간 찜질방이나 사우나는 안 되고 술도 마셔선 안 된단다.

접수대에 가니 가로ㆍ세로 10㎝ 정도 되는 정사각형 모양의 인조 피부를 준다. 원하는 만큼 잘라서 하루에 한 번씩 새로 붙이면 된다(인조피부 양은 충분했다. 2주일을 매일 잘라 붙이고도 반 정도가 남았다). 일주일 후 병원에 들러 경과를 확인하라고 한다. 김 원장은 “검버섯은 없앤 다음에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30 정도이고 UVA가 차단되는 제품을 꼼꼼히 바르라”고 강조했다. 땀 등으로 자외선 차단제가 지워질 수 있기 때문에 2~3시간 간격으로 다시 덧발라 주고, 아무래도 자외선 양이 많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실외 활동을 피하라고 덧붙였다.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 시술비는 1㎜에 1만원이다. 1㎝쯤 되니 10만원이면 검버섯 제거가 가능하다.

금방 나을 줄 알았는데 2~3일 후에도 진물이 계속 나온다. 병원에서 준 주의사항을 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인조 피부를 새로 붙였다. 일주일쯤 지나자 괜찮아지는 듯싶어 다시 병원에 들르진 않았다. 시술 후 열흘쯤 지나자 붉은 기가 거의 사라졌다. 거울을 보고 흐뭇해하는데 김 원장의 말이 생각났다. “검버섯은 관리를 못 하면 언제든 또 생길 수 있어요.”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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