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혈맹 과시 노린 ‘항미원조열사릉’ 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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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과 함께 6일 베이징에 있는 ‘중관춘 생명과학원’ 입주 업체 ‘보아오(博奧)생명유한공사’를 방문해 모니터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베이징 신화통신=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7일 오후 중국과 북한의 국경인 압록강 철교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귀국길에 김 위원장은 6·25 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해방군 묘역에 들렀다. 올해가 참전 60주년이라는 점에서 혈맹의 역사를 공유하는 북·중 유대관계를 대외적으로 부각시킨 상징적인 행보였다.

◆‘거북이’ 귀국 여정=6일 오후 4시25분(현지시간) 자신의 전용열차로 베이징(北京)을 떠난 김 위원장은 24시간에 걸친 귀국 여정을 보냈다. 지체 없이 달리면 10시간이면 갈 베이징~단둥(丹東) 노선을 두 배 이상 시간을 끌면서 간 것이다. 김 위원장 전용열차의 행적은 이날 오전 9시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역에서 확인됐다. 베이징을 떠난 지 16시간 30분 만이었다. 베이징 소식통은 “베이징 근교에서 요인을 만났거나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김 위원장이 투석을 받느라 늦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느림보 운행으로 시간을 끌면서 최대한 중국 땅에 머무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모종의 사안에 대해 중국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을 사안으로는 3남 김정은과 관련된 후계 구도일 거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김 위원장은 선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선양역에서 7㎞가량 떨어진 둥링(東陵)구 항미원조열사릉(抗美援朝烈士陵)을 찾아 참배했다. 마지막 방중 일정을 양국의 혈맹 역사를 상기시키는 열사릉에서 마친 것이다. 묘역에서 나온 김 위원장은 차량 편으로 곧바로 단둥으로 이동해 오후 4시25분 압록강을 건넜다. 정확히 만 하루에 걸친 귀국 행로였다. 그가 단둥에서 전용열차로 갈아탔는지, 아니면 차를 타고 압록강을 건넜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경 넘기 전 이례적 보도=앞서 4차례 중국 방문에선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가 국경을 넘어야 확인 보도가 시작됐다. 안전 문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달랐다. 북한 방송들은 이날 오전 9시 김 위원장이 중국 동북지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북·중 정상회담 때문에 베이징을 방문한 사실은 빠졌다. 2006년 1월 방중 당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후베이(湖北)성과 광둥(廣東)성을 돌아본 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은 오전 10시쯤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 관련 보도를 시작했다.

◆후 주석과 함께 산업시설 참관=신화통신은 6일 김 위원장이 후 주석과 함께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의 생명과학원을 참관한 일정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2006년 1월 네 번째 방중 때처럼 이번에도 후 주석이 함께 참관하며 최고의 예우를 보여준 것이다.

김 위원장·후 주석이 참관한 곳은 생명과학원에 입주한 보아오(博奧)생명유한공사로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바이오 기업이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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