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00원 땐 이익 5%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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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환율 하락 속도에 겁먹은 투자자들이 팔자 주문을 쏟아내면서 종합주가지수 850선이 무너졌다. 미국 정부가 약(弱)달러 용인 입장을 거듭 밝힘에 따라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기업 실적은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란 진단이 잇따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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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증권은 22일 환율이 내년 중 1000원선까지 떨어질 경우(올 평균 1100원에서 10% 절상) 상장사들은 업종별로 영업이익이 최대 5% 줄어드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원증권이 상장기업 407개사의 2003년 수출.수입 비중을 기준으로 원화 절상 효과를 정밀 분석한 결과 원가 절감 효과를 빼더라도 영업이익이 평균 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과 자동차 업종의 피해가 가장 커 약 5%씩 영업이익이 줄었고, 전기전자(-3%).기계(-2.5%) 등 주력 수출업종 대부분의 실적이 나빠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원증권 고유선 선임연구원은 "환율 쇼크로 수출 자체가 둔화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전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감소폭은 5%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 수출 기업에 대한 환율 하락 피해는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올해 국내 내수경기 악화로 대기업들의 수출 의존도가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올해 1~3분기 매출액(43조7370억원) 가운데 수출 비중은 82.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7.7%에 비해 4.5%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와 SK도 각각 7.3%와 6.1%포인트 늘었다. 이에 따라 굿모닝신한증권은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1조3000억원 하향 조정했고, 삼성증권은 "원화 10% 절상 때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최대 2조4000억원까지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3분기에 이미 지난해 전체 수출액을 넘어설 정도로 수출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며 "내년에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순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별로 환차손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수출 대금에 대해 통화 선물계약을 맺는 등 환위험에 대비해 놓은 정도가 기업별로 차이가 나는 데다 유로화로 대금을 받는 유럽 수출 비중도 기업마다 다르다.

모건스탠리증권의 박천웅 상무는 "원-달러 환율이 일단 1050원선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주요 기업들이 금융자산에 대해선 환헤지를 해두었고, 제품 원가에 어느 정도 비용을 전가할 수도 있어 국제경쟁력에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상무는 "국제자금이 달러 약세로 아시아 증시 등 비달러화 자산에 몰려들면서 한국 증시는 오히려 유동성이 풍부해져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결국 나빠지는 실적에 주목하는 세력과 풍족한 유동성에 의존하는 세력 간의 힘 겨루기가 앞으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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