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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와이드] 제철맞은 남해안 감성돔 낚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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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4일 새벽 3시 경남 고성군 삼산면 미룡리 대포마을 포구.사방이 어둠에 묻혀 앞을 분간할 수 조차 없는 시간이었지만 강태공들의 쉼터인 ‘시인과 바다’앞마당은 분주했다.방금 도착한 다섯대의 승용차에서 내린 12명의 꾼들이 식수·도시락·미끼 등을 챙기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한쪽에서는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모습도 보였다.30여분 동안 준비가 마친뒤 꾼들을 태운 흥양호(4.6t)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밤바다를 헤쳐나간다.수평선 너머로 집어등을 밝힌 채 밤새 고기를 잡는 배만 보이고 주변은 적막했다.

가을 감성돔의 화끈한 손맛을 즐기려는 꾼들이 통영앞 자란만으로 몰려들고 있다.

추석 직후 남해안에서 잡히기 시작하는 가을 감성돔은 요즈음이 제철이다.통영앞 사량도·욕지도·두미도·노대도·연화도·우도·학림도·오곡도·비진도·용초도·이끼섬·사량도·추도 등의 갯바위에는 두세명씩 꾼들을 진을 치고 있다.

감성돔은 이달말까지 통영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다가 12월에는 제주도 추자도 근해까지 내려간다.극성꾼들은 남하하는 감성돔을 따라 매물도·완도까지 따라 다니기도 한다.

대포마을을 출발한 흥양호는 사량도·욕지도 등을 한바퀴 돌면서 꾼들을 갯바위에 내려준다.꾼들을 포인트에 안전하게 내려주면서 낚시 가이드 하정수(河正洙·36)씨는 “지난주에 대물이 잡힌 곳”이라며 분위기를 돋아준다.

감성돔은 해뜨기 직전에 본격적인 입질을 시작하기 때문에 꾼들은 일출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통영앞 바다가 감성돔 포인트로 유명한 것은 이곳이 산란장이기 때문이다.육지에서 정화되지 않고 흘러드는 오·폐수가 거의 없어 미국 FDA(식품 및 약품관리국)가 청정해역으로 공인한 해역이다.

이처럼 바닷물이 맑아 시력좋은 감성돔을 속이기 위해 가는 낚시줄을 사용한다.통영앞 감성돔 낚시에는 다른 곳보다 가는 원줄 3호,목줄 1.5호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통영 앞바다는 해양수산부가 1998년부터 추진중인 바다 목장화 해역이어서 해마다 감성돔·볼락 등 치어를 방류하고 어초를 집어넣고 있다.

실제 지난 22일에도 한국해양연구원에서 감성돔 36만마리,조피볼락 20만마리 등 치어 56만마리를 방류하는 등 지금까지 감성돔·조피볼락 등 3백여만 마리의 치어를 방류했다.2천2백여 개의 어초도 투하했다.

통영 앞바다 갯바위 포인트는 육지와의 거리에 따라 씨알이 달라진다.육지서 가까운 갯바위에서는 25∼30㎝짜리 잔씨알이 주종이지만 마릿수는 많은 편이다.낚시대를 담궜다 하면 올라오는 포인트도 적지않다.욕지도·연화도 등 먼 바다로 나오면 50㎝짜리 대물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조력 7년째인 김동환(金東煥·33·대구시 동구 신암동)씨는 “감성돔을 잡고는 바다낚시에 푹 빠졌다”며 “욕지도 갯바위에서 대물이 자주 올라오기 때문에 소문난 포인트는 자리잡기 경쟁도 치열하다”고 소개했다.

올 가을부터는 감성돔이 연안에서도 많이 잡혀 꾼들을 유혹한다.연안 감성돔 포인트는 차량으로도 접근이 가능한데다 낮에도 즐길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주말인 지난 20일 오전 통영시 산양면 풍화리 일대 갯바위와 달아공원 아래 해변에는 꾼들이 2∼3m 간격으로 늘어 서 있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평소 낚시터로 인기를 끌지 못한 통영시 동호만 방파제와 산양면 삼덕방파제,통영대교 인근 해안에도 감성돔을 낚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거제시 남부면 대포마을과 저구마을에는 감성돔 낚시를 위해 몰려던 강태공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감성돔이 연안 가까이 출현하자 통영지역의 경우 요즈음 평일 5백여명,주말 3천여명의 강태공들이 부산·대구 등에서 찾고 있다.조력 15년의 경남 마산의 한창낚시 배재필(裵在弼·46)대표는 “감성돔은 낚시꾼과 힘겨루기를 하다 지치면 조용히 매달려 오는 멋진 놈”이라고 말했다.

◇가는길=욕지도 근해로 가는 가장 가까운 뱃길은 고성군 산삼면 일대 포구다.대포마을 ‘시인과 바다’앞에서 매일 오전 3시,오후 4시 등 하루 두차례씩 감성돔 포인트로 운항하는 낚시배들이 있다.한명의 배삯은 해안에서의 거리에 따라 1만5천(20분 소요)∼3만원(1시간 이내)이다.

글=김상진,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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