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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수박물관 허동화 관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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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옛날 여성들은 남편과 자식, 집안에 대한 희생 외에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았죠. 자수와 조각보는 우리 여성들의 꿈과 소망이 담긴 유일한 창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한국자수박물관 허동화(許東華.75)관장이 『이렇게 고운 색』 『이렇게 좋은 자수』 라는 두 권의 책을 펴냈다. 두 책에는 고구려시대부터 조선조까지 무명작가의 작품, 즉 우리 어머니들의 자수와 조각보 3백여점이 들어 있다.

"두 책 갈피마다에는 옛 어머니들의 진한 기원이 담겨 있습니다. 꽃이 가득 수 놓아진 복주머니엔 자식의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빨간 술이 달린 아이의 누비 버선에선 액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바람을 읽을 수 있죠."

허관장은 조각보와 자수를 '어머니들의 추상화' 혹은 '가족 사진'이라고 부른다. 조각보의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형태는 서구의 몬드리안이나 클레에 뒤지지 않는다. 가족들의 헤진 옷 조각으로 기워 만든 조각보엔 가족들의 살아 있는 냄새가 배어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가 1976년 개관한 한국자수박물관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이름이 높다. 40여 차례에 걸쳐 자수와 조각보 작품 전시회를 해외 유명 박물관에서 개최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적 색의 다양성과 독특한 투명함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특별합니다. 중국.일본이 약 5백개의 표준 색채를 갖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1천개의 표준 색채를 갖고 있습니다."

"도자기나 글씨만이 한국 문화유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한국의 색에 관한 책을 만들었다"는 그는 "2002년 월드컵을 맞아 이 책이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인식시키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물관 02-515-5114~6.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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