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원한다면 우량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주회사 주식을 산다는 것은 한마디로 이런저런 과자나 사탕을 따로 사는 대신 종합선물세트를 사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시장과 종목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에게 오히려 적합한 투자 대상일 수 있다.
최근 지주회사의 주가가 탄탄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여전히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이다. 대표적 지주회사인 LG의 경우 현재 주가는 순자산가치(NAV)에 비해 42%가량 싸다. 만약 투자자가 LG화학·LG전자·LG텔레콤 등 개별 자회사 주식을 직접 사는 대신 LG를 통해 자회사들을 간접적으로 매수하면 제 가치에 비해 42% 싸게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지주회사의 기업 가치는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대개 자회사들의 주가 상승은 지주회사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회사 중에서도 핵심 자회사가 특히 많은 영향을 준다. 지주회사와 핵심 자회사 간에 주가 상관계수는 0.8~0.9에 이른다. 이처럼 상관계수가 1에 가깝다는 말은 주가가 거의 같은 흐름을 보였다는 의미다.
LG의 경우 LG화학과 LG전자, 두산은 두산중공업, CJ는 CJ제일제당의 가치가 중요하다. 따라서 LG화학, CJ제일제당 등 핵심 자회사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지주회사 LG, CJ 등은 또 다른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그룹 전체 회사를 매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개별 기업별로 실시간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뚜렷한 장점이 있다. 국내 투자자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도 지주회사를 선호한다. 한국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꾸준히 지주회사를 순매수해왔다. 그 결과 LG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은 대주주 지분과 자사주를 제외한 실제 유통 물량의 62~67%에 이른다.
여기에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주회사 중에서는 LG가 처음으로 올해 IFRS를 도입했다. IFRS 도입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접근이 더 쉬워지고 우량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