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폴 크루그먼 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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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계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17일 서울 JW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는 내년 중반쯤 회복되겠지만, 한국 경제는 정보기술(IT)분야에 대한 과잉투자로 더 늦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9일까지 열리는 세계지식포럼(매일경제신문 주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경제에 제2의 위기가 우려되는데.

"몇년 전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가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미국 등에서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지만 붕괴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엔 97년과 달리 세계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나.

"구체적인 근거를 대기는 어렵지만 내년 중반쯤으로 예상한다. IT분야는 과잉투자가 많아 이보다 훨씬 늦게 회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회복 시기는.

"한국이 수출하는 제품이 현 세계경제 상황과 잘 맞지 않는다. 한국은 지나친 투자(특히 IT부문)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이는 한국의 경제회복이 미국보다 늦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는데, 미국.한국의 현 상황은 어떤가.

"일본 경제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 일본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고, 앞으로도 빠져 나올 가능성이 작다. 물론 미국도 금리가 0%에 가까워지는 등 일본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미국 경기침체는 단기적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단기금리가 4%대 이상이어서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있고, 상대적으로 일본보다 덜 개방돼 있기 때문에 평가절하 등을 통해 경기진작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본다."

-통화정책이 힘을 못쓸 경우 대안으로 재정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통화정책은 유효하다. 그러나 충분히 유효한가가 문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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