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 공격] 탄저병 비상… 유엔본부 경계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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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생화학테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테러보복 전쟁에 나선 미국에서 잇따라 탄저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독일에선 생화학테러 물질로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흰가루가 발견돼 소동을 빚고 있다.

유엔은 10일 탄저균이나 화학약품을 이용한 테러가 유엔본부를 표적으로 자행될 가능성에 대비해 소속직원들에게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 세번째 탄저병 발병=이미 두명의 탄저병 감염자가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세번째 탄저병 환자가 나타났다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10일 발표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제3의 인물이 탄저균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FBI는 이번 탄저병 환자 연쇄발생이 고의적 범죄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는 탄저균이 어떻게, 언제, 왜 발생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탄저병 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35세의 여성으로 앞서 두 명의 탄저병 환자가 근무하던 건물에서 일해왔으며 현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당국은 탄저병 발병 이후 같은 건물에서 일하던 1천여명을 대상으로 감염조사를 했는데, 이 여성은 그중 한명이다. FBI측은 "탄저균이 문제의 건물에 국한돼 발견됐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이 테러단체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 탄저균, 미국서 제조됐다?=플로리다에서 발견된 탄저균이 50년 전 미 아이오와주의 한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CNN방송은 10일 수사 소식통을 인용,"문제의 탄저균을 검사한 결과 연구목적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불완전한 변종으로 확인됐다"면서 "이것이 50년만에 플로리다에 다시 출현한 것은 풀어야 할 수수께끼"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FBI는 "덜 익은 결론이나 부정확한 발표를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논평했다. 애틀랜타 국립질병통제센터의 대변인은 "이같은 가능성을 사실로 최종 확인하기까지는 앞으로도 며칠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잇따른 탄저병 테러소동=플로리다주에서 발병한 탄저병이 테러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각지에서 생화학테러로 의심되는 소동이 잇따르고 있다.

미 국무부 건물 6층에서는 10일 정체불명의 흰색가루가 발견돼 위험물 처리반과 구급차가 출동했다.

포틀랜드 시청 청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벌어져 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란을 빚었다. 그러나 이 물질은 위험물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독일 베를린과 헤센주 바드슈발바흐에서 이날 유해 생화학물질로 의심되는 하얀가루가 든 봉투가 발견돼 시민들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나 실제 위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왜 탄저균인가=탄저병균은 일단 감염되면 진행이 빨라 집중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수일 내에 환자가 급사한다. 그래서 탄저균은 대량살상용 생물학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미생물 중 하나다.

테러범들이 탄저균을 선호하는 까닭은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비교적 취급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탄저병균은 폭탄이나 미사일에 넣어 사용할 수도 있으나 간단하게 살포하거나 통풍구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퍼뜨릴 수 있다.

탄저병균의 포자(胞子)는 몇주동안 실내에서 살아갈 수 있으며 햇빛이나 소독제에 내성이 강하다.1㎏의 탄저균 포자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6만원에 불과하다. 균을 발효시키는데는 1백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단 감염되면 항생제를 맞아도 균이 만들어낸 독소를 제거하지 못하기에 치사율이 80% 이상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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