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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북촌 vs. 서촌 길 산책

중앙일보

입력

복잡한 서울 사대문 안쪽, 가장 중심에 있으면서도 그 어떤 곳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 바로 북촌과 서촌이다. 하지만 이 오래된 동네에도 은근하게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칫 고루할 수 있는 북촌과 서촌 한옥 길에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고 문화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은 바로 길 안에 사는 사람들이다. 북촌 vs. 서촌 다시보기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물길을 따라 위치한 가회동, 안국동, 계동, 재동, 삼청동을 아우르는 동네가 북촌. 그리고 통의동과 창성동, 효자동, 옥인동 등 경복궁 서쪽 지역에 오밀조밀 모인 동네가 바로 서촌이다. 북촌은 본래 양반가 사람들이 살던 곳으로 아직까지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한옥들이 즐비해 시간이 멈춘 듯 고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골목 구석구석을 찬찬히 걷다 보면 한옥 안으로 카페와 갤러리, 인테리어 사무소 등 재미있는 공간이 드러나 이를 하나씩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촌은 북촌에 비해 좀 더 근현대적인 느낌이다. 본래 의관, 음악가, 화가 등 전문직 중인들이 살았던 부촌이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좀 더 예술적인 분위기가 난달까. 쿤스트독, 옆집 갤러리, 브레인 팩토리, 그리고 최근 생긴 보안여관까지(실제 여관을 활용해 만든 갤러리다!) 골목골목마다 작은 갤러리들이 들어차 있는 것은 물론, 최근 팔레드 서울과 같은 큰 갤러리 역시 서촌에 터를 잡아, 새로운 아트 밸리로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카페 주인이지만 카페 주인이 아니고, 레스토랑 오너이지만 레스토랑 오너만은 아닌 사람은? 답은 바로 북촌과 서촌에 위치한 카페와 레스토랑 주인들이다. 이 예스러운 동네에 위치한 카페나 숍은 가게도 가게지만 피자가게 주인은 대장장이, 커피숍 주인은 사진가, 레스토랑 오너는 음악가로, 주인의 이력이 더 재미있다.
1 시대에 발맞춘 모던 규방공예를 선보이다 섬유공예 작가 정인 규방공예라 하면 17~18세기에 하던 보자기나 매듭 등의 전통 작품만을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우리 빛깔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섬유공예작가 정인은 얼리어답터와 규방공예의 조우, 스칸디나비안 가구와 1950년대 규방공예의 매치 등 아이디어 넘치는 기획과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을 모던하게 풀어내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규방공예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게 하려면 일단 고루한 것이 아닌, 세련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2 오가다 편하게 들르는 문턱 낮은 갤러리 가회동 60 김정민 삼청동에서 갤러리 샨티와 스페이스 향리를 운영하던 2명의 관장은 번잡한 삼청동길에서 한 걸음 벗어나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갤러리 이름은 주소를 따서 지은 것. 오가며 편하게 들르는 문턱 낮은 갤러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갤러리 자리도 본래 동네 슈퍼마켓이 있던 곳을 골랐는데, 이런 그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동네 사람들도 지나가다 한 번씩 동네 슈퍼에 들르듯 편하게 들른다고 한다. 젊은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전시가 자주 열리는 재미난 공간이다. 문의 02·3673-0585
1 눈으로 맛보는 맛있는 장난감 델리토이즈 아트 토이 디렉터 이재혁 ‘플랫폼 토이’는 고유의 모양에 아티스트의 아이디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을 입혀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아트 토이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난감 중 하나다. 북촌길 한쪽에 위치한 작은 가게 델리토이즈는 ‘맛있는(Delicious)+장난감(Toy)’의 합성어로 이름처럼 어른들을 위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윕(Ouip)은 전구를 모티브로 한 한국형 플랫폼 토이로 그 자체가 아티스트들의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입체 캔버스 역할을 하며, 지난달에는 가회동 60에서 아티스트들과 함께 전시회를 하기도 했다. “북촌에 스튜디오를 연 것은 근처에 문화적 감성을 채울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박물관과 갤러리가 즐비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저 한 번 동네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리프레시가 되거든요.” 문의 02·765-6522 2 외부 음식물 반입을 권유하는 희한한 카페 카페 잡초 대표 이준태 잡초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참으로 희한한 곳이다. 술도 파는데 초등학교 앞에 쌩생뚱맞게 뚱하게 위치해 있는데다, 스물다섯, 스물일곱, 스물여덟의 젊디젊은 학생 사장 셋이 운영한다는 사실도 그렇고, 카페에서 얻는 수익 중 운영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세브란스 병원에 기부하고 있다는 것도 참 희한하기만 하다. 게다가 6인용 긴 테이블과 2인용 테이블을 하나씩만 놓아둔 공간 효율성 떨어지는 인테리어에, 대부분의 카페가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를 외치는 요즘, 자기네 커피는 북촌길 어디서 파는 빵이랑 먹으면 맛있다고 친절히 메뉴에 적어놓기까지 했다.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생활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밥 먹고 잠자는 것은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괜찮고, 용돈은 과외해서 벌어 쓴다”는 대답. 문의 02·741-2824
1 서촌 최초의 펍(Pub) 주인이 되다 Cafe & Bar 퍼블릭 구정아 퍼블릭은 조용한 서촌에서 유일하게 떠들썩한 공간이다. 프리랜스 영화 프로듀서인 구정아 씨가 삼청동의 갤러리 플랜트 관장 홍진규 씨와 함께 오픈한 곳으로, 영국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동네 펍 같은 느낌. 서촌 주민인 구정아 씨는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늘 가볍게 들러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는데, 그래서 직접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접이식 창문은 모두 열면 오픈 바로 변신해, 동네 사람들과 함께 파티를 벌이기에도 좋다. 지난달엔 아마추어 밴드의 재즈 공연을 열기도 했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워낙 조용한 동네라 시끄럽다고 하면 어쩔까 콩닥콩닥했는데, 다행히도 별 탈 없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앞으로 효자동에서 가장 재미있는 펀 플레이스가 되었으면 합니다.” 문의 02·722-1506 2 정통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는 한옥 레스토랑 메종 기와 대표 윤혜정 효자동과 프렌치 레스토랑, 그리고 한옥.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모여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는 메종 기와. 이곳은 분위기 좋고 요리 맛 좋기로 소문 난 파인 다이닝으로 작곡을 전공한 음악가 출신 윤혜정씨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부암동이 집이라 강남으로 드나들 때 통의동을 자주 지나치곤 했는데, 조용한 분위기가 좋아 그때부터 서촌에 레스토랑 자리를 점찍어 두었어요. 서촌의 매력이라면 아무래도 도심 같지 않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의 02·737-0955
1 테이크아웃 도시락집 bu:uk 송지혜·최민이 길을 걷다 발견한 가느다란 초록색 문. 뭍에 붙은 메뉴 사진이 궁금해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2층에 작은 요리 스튜디오가 나온다. 테이크아웃 도시락과 케이터링을 겸하는 쿠킹 스튜디오 북은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더 재미있다. 갤러리 수를 운영하며 외국인들에게 조각보와 한국 요리를 가르치는 송지혜 씨와 디자이너 출신 최민아 씨는 ‘선배의 언니’와 ‘동생의 후배’라는 다소 오묘한 관계로 만나, 요리라는 주제로 뜻을 펼쳐나가고 있다. 메뉴는 요일별로 다르게 하루 딱 2가지 종류만 판매한다. 문의 http://blog.naver.com/buuk12742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푸드 스타일링 그룹 카페 디미 이희재 2명의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 디미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으로 유명했던 옥인동 카페 디미를 영추문길로 옮겨온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원 테이블이 아닌, 작업실 겸 카페를 겸하는 공간인데, 재미있는 것은 간판이 없는데다 주인이 바쁠 때는 전화하라는 메모만 붙여두고 카페 문을 닫기도 한다는 것! 근사한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오다가다 들르는 옆 건물 커피집 같은 친근함이 드는 곳이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하기도 했는데, 때문에 앞으로도 디미라는 이름 아래 음식과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한다. 문의 02·730-4111 기획·오영제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레몬트리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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