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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체험학습 효과를 높이는 질문법

중앙일보

입력

요즘 김숙(36·대전 유성구)씨는 아들 김동찬(대전 노은초 4)·동휘(대전 노은초2)군과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일이 즐겁다. 하지만 김씨는 “막상 체험학습 현장에 가면 아이와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좋을지 몰라” 고민이다. 『빙고 놀토초등 체험학습』저자 황미용씨가 조언을 주기 위해 김씨 가족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또래 친구 이가은(대전 성룡초 5)·서진(대전 성룡초 2) 자매와 장서현(대전 성룡초 2)양도 함께 했다.


지난달 26일 경복궁 근정전 앞. 이른 아침부터 외국인 관광객과 단체 관람 학생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선 김씨에게 황씨는 “모든 걸 설명해주는 것보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씨는 아이들을 이끌고 근정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섰다. “여기 동물 모양 조각이 있지? 이 안에 또 어떤 동물이 있을까? 각자 흩어져서 한 바퀴 돌아보고 몇 가지나 찾았는지 얘기해줄래?” 신이 난 아이들이 저마다 조각상을 들여다본 뒤 다시 모였다. 동찬이가 재빨리 손을 들며 “원숭이, 사자, 뱀… 9개 찾았어요!”라고 외쳤다. 황씨는 “모두 12가지 동물이 조각돼 있는데 이것들은 열두 방향을 지키는 십이지상”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생겼지?” “뭐랑 비슷하지?” 등 관찰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면 아무 생각 없이 휙 지나칠 것도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경회루에 들어서자 황씨는 아이들에게 “이곳은 나라의 특별한 날에 잔치를 열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임금님이라면 어떤 특별한 날을 만들어 잔치를 열어볼까?” 서진·서현이는 “공부 안 하는 날이요”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동휘는 “하루 종일 게임할 수 있는 날”이라며 웃었다. 황씨는 김씨에게 “창의력·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했다.

교태전(왕비가 일상생활을 하던 곳)에서는 비교·대조하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황씨가“다른 건물과 다른 점, 비슷한 점이 뭘까?” 묻자 아이들의 눈이 바빠졌다. “방문이 위로 들려 있어요.” “그림의 무늬가 달라요.” 황씨가 말을 이었다. “선생님은 지붕에 ‘용마루’가 없다는 걸 찾았어. 용마루는 지붕의 앞뒤가 만나는 곳에 기와를 포개거나 흙을 쌓아 담처럼 만든 걸 말해. 왜 이 건물에만 용마루가 없을까?” 이처럼 이유를 생각해보고 추론·유추하게 하는 질문도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모두 둘러본 뒤엔 아이와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에 대한 스무고개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전문가들은 “체험학습은 아이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부모가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환경과미래연구소 녹색학교 박원규 교장은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아이들이 남의 시각에서가 아닌 자기 눈으로 직접 관찰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체험학습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들의 사전준비도 필요하다. 눈여겨보면 좋을 것들을 알아둔 뒤 질문을 통해 자녀의 관심을 자연스레 유도할 수 있다. 박교장은 “자녀의 대답이 틀렸어도 꾸중하지 말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또 다른 답은 없을지’ 다시 물어보라”며 “단답형 질문보다 호기심을 갖게 하고 생각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모가 삼가야할 말도 있다. 빨간펜 교육 연구소 정미경 연구원은 “무리하게 학습·지식과 연관짓는 질문을 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조언했다. 정 연구원은 “뭐해? 얼른 적어!’ ‘이번 시험에 나오는 부분이잖니. 그래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온 건데…’ ‘전에 배웠는데 기억 안나(그것도 몰라)?’ ‘친구는 대답도 잘 하는데 넌 왜 못하니?’ ‘집에 가서 물어볼(시험볼) 거야’와 같은 말을 삼가라”고 말했다.

[사진설명]“왜 그럴까?” 황미용(뒷줄 왼쪽)씨가 경복궁에 함께 온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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