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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없는 커플의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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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현재 결혼생활에 만족하십니까?” “섹스에 있어서도 좋은 관계가 유지됩니까?” “당신의 아내도 결혼생활이나 섹스에 역시 만족한다고 믿습니까?”

곽대희의 性칼럼

“둘이 서로 사랑하고 또 서로를 배려하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한다고 자신하십니까?”이들 물음은 킨제이 보고서 이후 세계 성과학자들의 공통적 질문이 됐다.

여기에 모두 “물론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부부간의 금실을 측정하는 기계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학자들은 편의상 부부가 갖는 한 달 동안의 섹스 횟수로 그것을 가늠한다. 일반적으로 보면 부부간뿐만 아니라 혼외정사까지 포함해 유럽인의 섹스는 우리 동양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그 횟수가 많다.

거의 그것 없이 넘어가는 밤이 없을 정도로 대개의 사람이 하루 1회 정도의 섹스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게 물량작전으로 나오는 서구인에 비해 동양인 부부의 성생활 실태는 어떤가. 일본의 한 성행동연구회가 2000년에 배우자가 있는 40~70대 남녀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당신은 기분 내키지 않는 성교에 응하는 경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40대 여성의 30% 이상과 50대 여성의 40% 이상이 “흔히 있거나 이따금 있다”고 대답했다.

남편 쪽은 ‘서로 원해 섹스하고 있다’고 생각했어도 아내 쪽은 ‘마지못해 와이프 된 자의 의무로 해 준다’는 경우도 다수 포함돼 있다.

동거하기까지 타인이었던 두 사람은 일생을 함께한다는 전제조건에 따라 공동생활을 하면서 타월의 사용법, 화장실 청소, 대문 잠그기, 신발장에 구두 넣기 그리고 안 쓰는 전등불의 소등 등 지금까지 개의치 않았던 자질구레한 생활 습관이나 기호의 차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 신경 에너지의 소모가 누적되면 분발해야겠다는 마음보다 배우자에게 의탁하려는 심리가 더 무거워진다. 매일 생활하면서 함께 있다 보면 처녀 총각 때처럼 만난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릴 일이 없어진다. 또 부부간의 섹스는 생식 사명으로, 부부 된 자의 의무로 머릿속에 각인된다.

섹스는 희소가치를 잃게 된다. 더 이상 인생의 즐거운 놀이가 아니게 된다. 우리나라 부부의 통계가 없으므로 일본인 부부는 어느 정도 섹스를 자주 하고 있는가를 통해 유추해 보기로 하자. 2006년 후생노동과학연구회가 전국의 16~49세 남녀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를 보면 결혼한 남녀의 34.6%가 섹스가 없는, 즉 한 달 이상 섹스하지 않고 산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2004년의 조사에서는 45세 이상의 경우 한 달 이상 ‘노 섹스’인 사람이 45.5%에 달했다. 이 결과를 보고 ‘의외로 많다’고 생각하는 남편도 있을 것이다.‘나만 그런 것이 아니네’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전 킨제이 조사에서는 사람이 1주 동안에 몇 차례 섹스를 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았으나 최근의 동향은 한 달을 기준으로 해서 섹스가 없으면 ‘섹스 없는 커플’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한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섹스가 한 달 이상 없다는 것은 신경을 써서 관리해야 될 사생활인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1033호>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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