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윤-이용호 커넥션 축소수사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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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 국정원 경제단장 김형윤(金亨允)씨가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사업을 비호했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방침이 오락가락해 수사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4일 金전 단장에 대한 수사여부를 묻는 질문에 "범죄혐의나 의심스러운 것이 있어야 조사할텐데 현재 그런 것이 없다" 고 말했다.

이 간부는 자신의 발언이 검찰의 수사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되자 5일에는 "(金전 단장의 보물선 인양사업 관련여부에 대해)검찰도 여러가지 의문을 갖고 있다" 고 입장을 바꾸었다.

실제로 검찰은 그동안 국정원 경제과장 재직시 보물선 탐사작업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金전단장과, 李씨에게 보물선 사업을 소개한 예금보험공사 이형택(李亨澤)전무에 대한 소환조사 계획이 없음을 거듭 밝혀 왔다.

그러나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金전단장과 李씨는 金씨가 경제단장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인 지난 6월까지 서울 강남의 모 살롱을 함께 드나든 사실도 확인됐다.

본지 취재팀 확인 결과 살롱 예약은 金전단장 명의로 했으며 술값은 李씨가 주로 현찰로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부 검찰 관계자들은 "국정원 경제단장의 실질적 권한으로 미뤄볼 때 金전단장이 李씨에게 각종 사업 정보를 알려주고 금감원이나 금융기관 등에 대한 압력을 넣는 등 비호세력 구실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 말하고 있다.

金전단장을 동방금고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한 서울지검 관계자들도 "대검 중수부가 金전단장의 李씨 관련 부분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할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검 중수부는 앞으로 金전단장이 국내 경제 관련 동향파악을 담당하는 경제단장 직책을 이용, 李씨의 보물선 사업 인수와 해외 전환사채 발행 과정 등에서 李씨에게 사업정보를 주거나 금감원 등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축소수사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편 李전무의 경우는 보물선 사업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고, 李씨에게 소개해준 이유가 무엇인지가 의혹이 되고 있다.

李전무는 대통령의 처조카라는 신분 때문에 그동안 금융계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李씨의 해외전환사채 발행 등에 모종의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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