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41] 대표팀 예비 엔트리, 새 유니폼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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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예비 엔트리 30명이 결정됐다. 허정무 감독은 믿음·자극·경험을 선택했다. 허 감독은 30일 서울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30명을 한 명씩 거명했다. 허 감독은 골키퍼-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로 나눠 명단을 가나다순으로 발표했다. 스타라고 해서 먼저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는 배려가 깔려 있었다.

◆믿음=골키퍼에는 기존 멤버 이운재(수원)·김영광(울산)·정성룡(성남) 3명을 그대로 뽑았다. 최종 엔트리 23명에 골키퍼는 최소한 3명을 포함시켜야 한다. 따라서 이들 3명은 부상이 없는 한 남아공으로 간다.

당초 예비 엔트리 골키퍼를 4명 뽑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대표팀 주전 골키퍼 이운재가 올 시즌 K-리그에서 극도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운재는 지난해까지 329경기에 출전해 329실점으로 경기당 1골만 내줬지만 올해는 7경기에서 16골을 허용했다. 경기당 2.29골을 내줘 K-리그 최다 실점률 1위다. 이 때문에 이운재의 라이벌 김병지(경남)를 다시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김병지는커녕 제3의 인물도 골키퍼 엔트리에 넣지 않았다. 이운재를 자극할 경쟁자를 뽑는 조치와는 정반대로 든든한 힘을 실어준 것이다. 허 감독은 “남은 기간에 이운재가 충분히 제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포지션에서도 허 감독의 뚝심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김치우(서울)의 발탁도 그중 하나다. 김치우는 지난해 4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북한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본선행의 주춧돌을 놓은 공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탈장 수술을 받은 후 후유증 때문에 대표팀에서 잊힌 존재가 됐다. 김치우는 올해 소속팀에서 6경기에 출전하며 조금씩 예전 기량을 되찾고 있다. 허 감독이 “김치우”를 호명하는 순간 발표장이 잠시 술렁거렸다.


◆자극=기자들이 예상치 못했던 선수가 또 있다. 중앙 수비수 황재원(포항)이다. 황재원은 허 감독 부임 후 첫 번째 대표팀에 발탁돼 중국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선수권에 참가했다. 하지만 미스코리아와 스캔들이 터지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난 뒤 다시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마지막 순간에 그에게 기회를 줬다.

대표팀 중앙 수비진에는 조용형(제주)·이정수(가시마)·곽태휘(교토)·강민수(수원)·김형일(포항)이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상대 공격수에게 곧바로 문을 열어준다는 의미로 ‘자동문’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허 감독은 지난해 포항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황재원이 중앙 수비수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8강을 이끈 젊은 피의 중용도 눈에 띈다. 구자철(제주)·김보경(오이타)·이승렬(서울)이 새 바람을 일으킬 기대주다. 허 감독은 “이들은 가능성이 아니라 경쟁력을 보고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도 훈련 성과에 따라 최종 엔트리에 뽑힐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경험=30명 중 유럽파는 박지성(맨유)·이청용(볼턴)·기성용(셀틱)·박주영(AS모나코)·차두리(프라이부르크)·김남일(톰톰스크) 등 6명이다. 안정환(페루자)·이영표(토트넘)·이동국(미들즈브러)·김동진(제니트)·오범석(사마라)·조원희(위건·이상 전 소속팀) 등 유럽 무대를 경험한 선수도 6명에 이른다. 필드 플레이어 27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12명이 유럽 무대를 누빈 셈이다. 역대 월드컵에서 이보다 유럽파가 많았던 적은 없다. 2006 독일 대회 때는 유럽파가 5명이었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4년 전 맨유 초년병이었던 박지성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 등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이청용과 기성용도 유럽 무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허 감독은 에콰도르와 국내 마지막 A매치(16일·서울)를 치른 뒤 20일께 부상 선수 발생을 고려한 25∼26명의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최종 엔트리 23명을 개막 열흘 전인 6월 1일까지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해야 한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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