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퍼트, 미다스의 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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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마트와 시어스의 합병을 진두지휘한 에드워드 램퍼트(42)가 '제2의 워런 버핏'으로 평가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다.

CNN머니는 17일(현지시간) K마트와 시어스의 합병이 램퍼트를 투자 분야의 전설적 인물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아예 그를 '차세대 워런 버핏'이라고 치켜세웠다.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골드먼 삭스에서 근무했던 램퍼트는 1988년 사모투자펀드인 ESL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하면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미국 언론들이'미다스의 손''연금술사' 등 각종 수식어를 붙여가며 램퍼트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손을 댄 대부분의 기업이 부실을 털고 주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램퍼트에 대해 시장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시어스와의 합병에 앞서 이뤄진 K마트 인수 때다. 램퍼트는 지난해 5월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던 K마트의 지분 53%를 인수했다. 그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 성과를 올렸다. K마트 주가도 같은 기간 15달러에서 100달러로 뛰었다.

램퍼트가 대주주인 ESL은 1997년 자동차 부품 소매업체인 오토존의 지분 26.8%를 인수해 7년 만에 주가를 320%나 끌어올렸고, 자동차 중개업체 오토네이션과 시어스 투자로도 재미를 봤다.

램퍼트는 지난해에만 4억2000만달러의 투자 차익을 챙겼다.

ESL의 연평균 수익률은 29%에 달한다.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40년간 평균 수익률(25%)을 웃도는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램퍼트와 버핏의 투자기법은 상당 부분 닮았다. 비즈니스 위크는 두사람 모두 ▶시장이 놓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치를 지닌 기업▶자신이 정통한 기업▶많은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을 주목한다는 공동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버핏은 상대적으로 잘 돌아가는 기업을 선택했지만 램퍼트는 경영이 어려운 기업을 선택한 점이다. 램퍼트가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좀더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램퍼트는 "리스크를 평가하고 리스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자신의 투자철학이라고 말한다.

그는 "버핏은 나의 영웅"이라며 존경을 내놓고 표시해 왔다. 두 사람은 89년 이후 두번 만났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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