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나누미' 농어민 홈페이지 무료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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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농장에서 일하고 돌아온 농부 아저씨가 컴퓨터를 켠다. 농부는 인터넷을 통해 오이를 주문받고 목에 두른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활짝 웃는다.

TV 광고의 한 장면. 이 모습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젊은이들이 있다.

농어민들에게 무료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자원봉사 동아리 '나누미(http://www.nanum2.com)' 의 회원들이다.

지난해 9월 개최된 'Contest 21' 이라는 인터넷 경진대회의 예선 통과자들이 동아리를 구성했다. 이들은 농어민의 신청을 받아 농수산품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홈페이지를 꾸며준다.

"TV에서 농민들이 부채 때문에 고속도로에 돼지를 풀어놓은 것을 보고 무척 가슴이 아팠어요. 도움을 드리고자 홈페이지 제작을 생각해 냈죠. "

'나누미' 는 그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김상훈(22.군 복무 중)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김씨와 다른 예선 통과자 5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10개의 농어민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엘림농원' '에덴농장' '백운송어 양식장' 등의 홈페이지가 '나누미' 사이트에 연결돼 있다. 홈페이지의 서버는 대회를 주최한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농장에서 파는 배와 사과 중 20%는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것이지요. "

'나누미' 에서 만든 홈페이지 1호인 전북 부안 배사랑 농원(http://my.nanum2.com/besarang)박정훈(27)씨 말이다.

그는 "돈도 돈이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농장과 지역을 외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 이라고 했다. 박씨는 이제 '나누미' 에 가입해 다른 농가의 홈페이지 만드는 일을 돕고 있다.

그 인연으로 만난 농어민들의 따뜻한 마음은 '나누미' 회원들의 보람이다.

"군대에 있는 저에게 종종 위문편지를 보내 주시는 분도 계세요. "

"고맙다며 인삼주 같은 선물을 보내시는 분도 있어요. 돌려보낸다고 했다가 오히려 혼이 난 적도 있지요. "

'나누미' 의 운영진 차영원(23.여.가톨릭대 경영학부)씨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할 도우미들이 부족하니 참여해주기 바란다" 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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