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TV가이드] 승자마저 파괴하는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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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단골로 비교되는 전쟁영화다. '라이언…'가 전쟁의 참상을 장대하게 그려냈다면 '스크린의 철학자'로 불리는 테렌스 멜릭은 이 작품에서 전쟁으로 피폐해진 병사들의 내면을 담아냈다. 흔한 전쟁영화처럼 승자와 패자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고 전쟁이란 극한의 비인간적 조건 앞에서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우리들의 실제 모습을 끌어냈다는 평을 받으며 많은 평론가에게서 극찬을 받았다.

원작은 1962년 발표된 제임스 존슨의 동명 소설. 99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으며 테렌스 멜릭이란 이름을 '거장'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시켰다.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의 격전지였던 과달카날섬. 이 섬에 비행장을 건설하며 기세를 높이던 일본군을 제압하기 위해 미 육군이 파견된다. 미군은 많은 희생 끝에 섬을 차지하지만 병사들에게 돌아온 건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뿐. 감독은 전쟁, 나아가 인간에 대한 환멸을 섬세하게 풀어놓는다. 때문에 '반전영화'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감독:테렌스 멜릭, 주연:숀 펜.에이드리언 브로디.제임스 카비젤, 개봉:1998년, 장르:전쟁.드라마, 원제:The Thin Red Line, 등급:1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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