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해들리· 빅터 차 …美 대북라인 강성인물 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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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기를 맞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 한반도정책 진용이 '강성 인물'로 짜여지고 있어 향후 북핵 문제의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미 국무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LA연설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통해 "토론을 갖기를 바라는 요소가 있다"며 '이견'을 드러낸 상황이어서 앞으로 한미간에 북핵 문제의 해법을 놓고 어떤 논의가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새 국무장관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한데 이어 국가안보보좌관에 스티븐 해들리 부보좌관을 승진 기용하기로 했다. 또 해들리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국장에 한국계 미국인인 빅터 차 교수가 내정됐다. NSC 아시아 담당국장은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직접 다루는 요직이다.

이 가운데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미국내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는 '실용적인 보수파', 빅터 차 교수는 미국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이다.

이와 관련, 미국내 보수성향의 언론인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17일자에서 라이스의 국무장관 발탁과 관련, "관리들은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핵포기를 위한 다자간 협상을 지지하는 입장을 철회하고 강경한 제재와 정권교체 정책을 새롭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는 적어도 겉으로는 크게 염려하지는 않는 표정이다.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나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1기 부시 정부에서 우리 정부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인물이어서 대북 정책과 관련,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내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 행정부의 신임 대한반도 진용과 그에 대한 정부 반응을 살펴본다.

◇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 = 정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그의 지명 소식에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평(評)하고, "향후 대북 정책을 교감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이스 지명자는 '네오콘'은 아니지만 교수 출신의 실용적 보수성향을 지닌 인물로, 그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라는 '중도'에 서야 할 직책에 있었기 때문에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성향으로 본다면 협상을 강조한 파월 장관보다는 양보없는 강경책을 주장해 온 체니 부통령에 가깝다는 것이다.

"북한과 같은 나라들은 만일 국제적인 의무를 우롱할 경우 그에 대한 대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2003년 6월 26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설)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는 실패로 돌아갔으며 우리는 그 같은 길로 다시 되돌아가지 않겠다"(2004년 2월 26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미국은 북한과 같은 정권에 대해 단호하고 과단성있게 접근해야 한다"(2004년 11월17일 더 타임스 보도) 등 그가 쏟아낸 발언이 '강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스 지명자의 그런 성향이 국무부 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사실 파월 장관이 온건파라고 하더라도 실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따라서 대북 진용이 '강성'인물로 채워진다고 해서 정책이 그렇게 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지명자간의 돈독한 신뢰관계로 볼 때 대북 집행력이 이전보다 강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와 보조를 잘 맞추기만 한다면 북핵 해결 논의가 이전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해들리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 언론 노출을 꺼리기로 유명한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네오콘' 가운데서도 핵심인 '벌컨'(Vulcan) 그룹에 속한다. '벌컨'은 라이스 지명자의 고향인 앨라배마에 있는 산의 이름으로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2000년 네오콘의 핵심인물들이 벌컨산에 모여 부시 대통령 만들기를 다짐했다고 하며, 해들리 내정자도 여기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보다는 북한 정권의 교체를 주장하는 '네오콘' 이데올로기의 소유자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체니 부통령이 국방장관 재직시절 전략무기제한협정 협상대표로 활동했으며 2000년 미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 후보의 외교안보 보좌관으로 일한 바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워싱턴의 '시아 & 가드너' 법률회사에서 일했는 가 하면 군산복합체인 록히드 마틴사의 법률고문으로 일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현재 그의 카운트 파트는 이종석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장으로 한미간 현안이 있을 때마다 두 사람은 긴밀한 협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차장은 최근 방미에서도 해들리 내정자를 만나, 북핵과 한국의 핵물질 실험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해들리 내정자는 '중도'에 가깝기 때문에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다른 관계자는 "미 NSC 내에서 해들리 내정자는 '아빠'(father)로 불린다"며 "그 애칭은 이견이 생겼을 때 조정 능력이 뛰어나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따라서 해들리 내정자는 성향과는 관계없이 직책에 충실한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정부 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빅터 차 NSC 아시아담당 국장 내정자 =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현재 조지타운대 정치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 시절 당시 교무처장이던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와 한미 관계를 다룰 미 NSC 아시아 담당국장에 한국계가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빅터 차 교수는 미국내 언론은 물론 국내 극우 성향의 신문에도 칼럼을 자주 실어 그다지 낯선 인물은 아니며, 칼럼 성향으로 볼 때 대북 강경론자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02년 미국이 북핵문제를 방관하지 말고 강력하게 개입, 해결해야 한다는 '강경한 포용정책'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는 가 하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긴 북한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따라서 빅터 차 교수의 이런 성향은 향후 북핵 논의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교수 재직 시절과 행정부에서 업무를 담당할 때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면서 "정식으로 업무에 착수해 여러가지 현실을 보게 되면 시각이 교정될 것으로 보며,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만큼 업무 협의에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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