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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인, 가슴에 묻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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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8일 서울광장에는 비바람이 몰아쳤다. 벌써 사흘째였다. 이날 오후 서울의 체감 기온은 1.5도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 39곳(전국 시·도가 공식적으로 운영)의 분향소에는 천안함 46용사를 조문하려는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서울광장의 경우 25일엔 10여 분, 26일 15분, 27일엔 25분쯤 기다려 조문했었다. 28일엔 50분이 넘도록 줄을 서야 했다. 용사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늦을세라 시민들은 찬 비를 맞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관계기사 2, 3, 4, 5, 6면>

광장 메모판과 조의록엔 ‘아들아 미안하다’ ‘아들들아 고맙다’ ‘내 아들 사랑한다’는 글들로 가득했다. 최해숙(52·주부)씨는 “하루 아침에 아들 46명을 황망하게 잃었다”며 예비군복을 입고 나왔다. 휴스 오지에(48) 주한 미국대사관 영사는 “내 아들 니콜라가 스무 살 미 해병이다. 아버지로서 오지 않고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보라(18·이화외고 3학년)양은 중간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잊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편하게 지내는 것이 그 분들 덕분이라는 걸 기억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한주호 준위와 고등학교 친구인 김양중(55·사업)씨는 얼굴이 불콰했다. 소주 반 병을 마시고서야 친구를 앗아간 천안함 분향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15분쯤 줄을 서 있다가 끝내 헌화를 못하겠다며 돌아섰다.

6·25 참전 용사들도, 월남전 참전 용사들도 베레모를 쓰고 분향소를 찾았다. 사관 후보생이라고만 밝힌 한 청년은 “그들은 내게 조국의 의미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눈물 같은 비가 사흘째. 이날까지 전국 분향소에는 40여만 명이 다녀갔다. 빗길 걸음걸음 진혼곡이 흘렀다.  

구희령·정선언 기자

이창기 준위(40) 최한권 원사(38) 남기훈 원사(36) 김태석 원사(38) 문규석 원사(36)
김경수 상사(34) 안경환 상사(33) 김종헌 상사(34) 민평기 상사(34) 최정환 상사(32)
정종율 상사(32) 신선준 상사(29) 박경수 상사(29) 강 준 상사 (29) 박석원 상사(28)
임재엽 중사(26) 손수민 중사(25) 심영빈 중사(26) 조정규 중사(25) 방일민 중사(24)
조진영 중사(23) 문영욱 중사(23) 박보람 중사(24) 차균석 중사(24) 이상준 중사(20)
장진선 중사(22) 서승원 중사(21) 서대호 중사(21) 박성균 중사(21) 김동진 중사(19)
이용상 하사(22) 이상민 하사(22) 이재민 하사(22) 이상희 하사(21) 이상민 하사(21)
강현구 하사(21) 정범구 병장(22) 김선명 병장(21) 안동엽 병장(22) 박정훈 병장(22)
김선호 병장(20) 강태민 상병(21) 나현민 상병(20) 조지훈 상병(20) 정태준 일병(20)
장철희 일병(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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