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검사 No.2’ 이옥씨, 변호사로 새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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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03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들의 대화가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검사들의 날카로운 발언에 노 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고 말했다. 순간 정적이 흐르자 한 여성 검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우리 검찰, 우리 검사들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검찰을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어주십시오”라고 말해 경직된 분위기를 녹였다. 당시 여성으로 유일하게 토론에 참여했던 이옥(46·사시 31회·사진) 검사였다.

당시 TV 토론으로 화제가 됐던 그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검사를 끝으로 검사 생활을 접고 변호사로 새출발한다. 이 전 부장은 “40대 후반을 맞으며 새로운 길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퇴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8년을 쉬지 않고 일했지만 고생했다는 생각, 쉬고 싶다는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다”며 의욕에 찬 모습을 보였다.

이 변호사는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흡인력 있는 수사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내 앞에 앉으면 사건 당사자들이 거짓말처럼 마음을 터놓고 눈물도 쏟았다”며 “검사든 변호사든 당사자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사가 잘못을 집어내는 직업이라면, 그 당사자들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대변하는 게 변호사의 역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후배 검사들에게 “항상 귀를 크게 열라”는 말을 남겼다.특히 여성 후배들에게 “아직 검찰은 남성 중심적인 곳이지만 지치지 않고 매진하면 여성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격려했다.

이 전 부장은 이병헌 고소 사건을 비롯해 탤런트·연예기획사 관련 사건 등 각종 형사 사건을 지휘했다. 고려대 법대를 나와 92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 춘천지검 부부장, 법무부 인권옹호과장, 수원지검 공판송무부장, 인천지검 형사5부장,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을 역임했다. 검찰 내에서 조희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여검사였다.그는 5월 6일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로 일한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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