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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엑스포 <하> ‘창싼자오’ 소비 대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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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상하이엑스포를 앞두고 시내 훙차오(虹橋)공항에 등장한 명품 브랜드 디오르의 광고판. 글로벌 명품 업체들은 엑스포 기획상품을 제작하는 등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대대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다음 달 1일 개최될 상하이엑스포를 앞두고 세계 명품 브랜드 업체 간 판촉전이 치열하다. 프라다는 최근 특수 제작한 ‘상하이엑스포 핸드백’을 선보였다. 엑스포 기간 중 사용할 사은품이다. 샤넬 역시 용(龍) 무늬가 새겨진 보석을 만들어 판촉에 나섰다. 이에 뒤질세라 스페인의 명품 브랜드인 로에베는 친환경 쇼핑백을 대량 제작해 관람객들에게 뿌릴 계획이다.

이들 업체가 엑스포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CJ홈쇼핑의 상하이투자법인인 둥팡(東方)CJ의 TV홈쇼핑에서 답을 찾게 된다.

지난 4월 1일 둥팡CJ는 특별한 상품을 방영했다. 상하이 외곽에 짓고 있는 타운하우스(고급 빌라)와 BMW 자동차였다. 300만 위안(약 4억9000만원)에 달하는 타운하우스를 TV홈쇼핑으로 팔겠다고? 발상 자체가 모험이었다. 타운하우스의 구조, 건설 현장 등을 설명하는 프로가 30분간 방영됐다. 놀랍게도 48채의 주문이 들어왔고, 이 중 27채가 최종 계약됐다. BMW도 마찬가지였다. 45분 방송으로 모두 61대가 계약됐다. 2417만 위안(약 39억40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김흥수 둥팡CJ 대표는 이를 두고 ‘상하이 구매력의 폭발’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축적됐던 부(富)가 최근 수년 사이 시장에서 분출하고 있다”며 “소비 욕구만 만족시킨다면 팔 물건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보석·화장품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은 약 94억 달러. 전 세계 명품 소비액의 27.5%에 해당한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일본에 이은 세계 2위 명품 소비국 반열에 올랐다. 통계를 집계한 세계사치품협회(WLA)는 “중국의 명품 소비액은 2015년 146억 달러에 달해 일본을 누르고 세계 최대 럭셔리 소비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중심에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싼자오(長三角·양쯔강 삼각주)’ 지역이 있다. 지난해 이 지역의 소비판매액은 약 2조5000억 위안으로 중국 전체의 약 20.2%를 차지했다. 전반적인 소비 수준 및 부의 분포로 볼 때 창싼자오 지역이 차지하는 명품 소비는 중국 전체의 35%를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프라다가 ‘상하이엑스포 핸드백’을 선보이고, 샤넬이 용 무늬 보석을 특수 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2일 문을 연 항저우(杭州) 시내 중심가 쇼핑센터인 완샹청(萬象城). 이곳 1층에 자리 잡은 루이뷔통 매장은 5월 1일 개장을 목표로 막바지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이었다. 매장 면적 1800㎡. 루이뷔통의 단일 매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매장 관계자는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매장을 가급적 넓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난징(南京)·우시(無錫)·닝보(寧波) 등 다른 창싼자오 도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하이의 구매력이 이웃 도시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 소비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패션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외국 패션 업체가 중국 본부를 상하이에 두고 있다는 게 이를 말해준다. 중국 전역에 1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캐주얼스포츠웨어 전문업체인 EXR. 이 회사 역시 중국 본부와 디자인 센터를 상하이에 두고 있다. 원장석 EXR상하이법인 대표는 “고전적 정장보다는 세미 정장, 기능성 스포츠웨어보다는 범용 캐주얼 스포츠웨어 쪽으로 상하이 패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이 흐름은 6개월~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중국 전역으로 번진다”고 말했다.

패션뿐 아니다. 가전·정보기기·인테리어 등 다른 분야 역시 상하이가 소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2003년 상하이에 진출한 욕실용품 제조업체인 인터바스의 박현순 사장은 중국 본부로 상하이를 고집한다. 그는 “중국 내에서 ‘메이드 인 상하이’라는 라벨이 붙으면 서너 배씩 프리미엄이 붙어 팔린다”며 “상하이를 기점으로 중국 전역에 대리점 76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아시아 최대 금융·물류 허브로
‘세계의 상하이’장기 포석

요즘 상하이 언론에 ‘포스트 엑스포(Post-Expo) 이코노미’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엑스포 이후 상하이 경제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가 벌써 관심인 것이다. 언론 보도의 결론은 ‘소프트파워(軟實力)를 갖춘 국제 비즈니스 도시 건설’로 모아진다. ‘아시아 최대 금융·물류 허브’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엑스포 도시’ 상하이가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대략 세 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쳤다.

1980년대는 ‘배제와 외면의 시기’로 요약된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 경제정책의 초점은 광둥(廣東)에 모아졌다. 선전(深圳) 특구가 핵심이었다.

90년대는 ‘산업화 시기’였다. 89년 터진 천안문 사태 이후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의 정치인)이 대거 베이징 정가로 진출하면서 상하이가 중국 경제의 전면으로 부상했다. 푸둥(浦東) 개발의 첫 삽을 뜬 게 90년이었다. 이를 계기로 국내외 자금이 몰렸고, 주변에 제조업 단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는 ‘창싼자오(長三角·양쯔강 삼각주) 경제권 형성기’로 요약된다. 상하이 발전이 쑤저우·항저우 등으로 퍼져 나가면서 권역 내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도로·항공 노선이 대대적으로 확충됐다. 상하이는 창싼자오 경제권의 무역·금융·물류 중심지로 등장했다.

2010년대 상하이 경제정책의 흐름은 지난해 4월 발표된 ‘2020 상하이 국제금융·해운항공 허브 계획’에서 읽을 수 있다. 2020년까지 상하이를 세계 금융·물류센터로 육성한다는 게 계획의 뼈대다. ‘중국의 상하이’에서 ‘세계의 상하이’로 성장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다. 이런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별취재팀=송창의·정환우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한우덕·이종찬 기자, 사진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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