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편인지 아닌지 택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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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항공기 돌진 테러 발생 9일 만에 행해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개전(開戰)을 재확인하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최후통첩을 전달한 의미를 갖는다.

◇ 비장한 개전 선언〓부시 대통령은 전쟁준비 지시를 내리는 한편 이번 전쟁의 목표와 적의 개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의 적은 이슬람 교도도, 아랍의 친구들도 아닌 테러리스트와 이를 지원하는 국가들" 이라면서 "국제 테러조직의 전멸이 이번 전쟁의 목표" 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오사마 빈 라덴을 감싸고 있는 탈레반 정권에 대해 "살인행위를 범하고 있다" 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다섯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빈 라덴뿐 아니라 그가 이끌고 있는 테러조직 알카이다의 간부 전원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이 요구엔 "양보와 논의의 여지는 없다" 고 강조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엔 테러리스트와 운명을 같이 할 것" 이라고 말해 이 연설이 탈레반에 대한 최후통첩임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미국편에 설지, 테러조직의 편에 설지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면서 런던.파리 등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된 사실에 감사를 표하고 한국의 어린이들이 서울 주재 미대사관 앞에서 기도회를 가진 것에 감사를 표시했다.

◇ "희생 각오한 장기전"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 임하는 미국민의 단결과 희생정신도 함께 촉구했다. 그는 "미국인 단 한사람의 목숨도 희생당하지 않은 코소보 전쟁(1999년)과 같이 될 수는 없을 것" 이라면서 희생을 각오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날 연설 중엔 35분 동안 모두 30차례의 박수가 터졌으며 연설 직전 정상회담을 가진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도 참석했다.

이날 의회연설은 전쟁을 선포한 미국 지도부의 긴장상황을 드러냈다.

대통령 합동의회 연설에는 상원의장인 부통령과 하원의장이 나란히 의장석에 앉는 것이 관례지만 이날 딕 체니 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백악관측은 대통령 유고를 대비, 두 사람을 분리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은 매년 예산안 제출과 관련된 정기연설 외엔 국가적인 중대 사건이나 위기가 있을 때 행해져 왔다.

부시 대통령의 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은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의 대통령 연설 시청률로는 최고를 기록했으며 부시 대통령의 테러사태 처리를 지지하는 국민이 10명 중 9명꼴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ABC방송과 워싱턴 포스트는 연설 직후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79%가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시청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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