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어떻게 추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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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회는 전망이 있는 사회다. 스스로 처한 문제를 진단, 해결방안을 찾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중심세력이 있다면 그 사회가 비록 현재는 어려운 처지일지라도 미래전망은 낙관적이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에서 많은 연구기관들이 정권이나 세기가 교체하는 시점 등 중요한 계기마다 '국가적 과제' 를 주기적.지속적으로 설정하는 것도 그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인식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역사적 평가를 떠나 해방 이후 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민족주의 세력이 청사진을 그려왔다. 근대화 과정에서는 관료 지식인들이 '경제발전' 이라는 어젠다를 설정하고 추진해왔다. 근대화 과정에서 등장한 민주화 세력은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왔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전망하고 해결하는 기능이 취약해졌으며 그 몫을 담당해야 할 지식사회마저 반목과 갈등을 빚으며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일보는 향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 가는 데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어젠다 설정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언론이 우리 사회의 과제를 설정하는 작업을 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언론이 캠페인성 과제설정 작업을 해왔으나 단순한 문제제기에 그치거나 일과성에 머물렀던 것에 비춰볼 때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한국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정계.경제계.시민단체.교육계와 함께 언론의 역할이 중요함도 인정(95.3%)된 만큼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선 본사 편집국 내부에서 50여개의 과제를 추렸고, 이를 토대로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1백명에게 개방형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단 우리 사회가 향후 10년간 꼭 해결해야 할 과제 42개가 추려졌다. 설문 대상자의 경력과 나이에 따라 다양한 과제가 제시됐으나 가능하면 갈등과 논란이 많은 쟁점 중에 비전과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 과제를 중심으로 추렸다.

추출된 42개의 과제는 향후 국민들이 그 중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 주제로 압축해나갈 예정이다.

사회의 각계각층은 물론 외부의 전문가 집단이 적극 참여하는 논의를 활성화해 대안도 함께 모색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장성 있고 피부에 와닿는 기사로 지면에 반영할 것이다.

김창호 학술전문위원 노재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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