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카마수트라’에서 말하는 여성이 갖추어야 할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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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일러스트=강일구

오늘 아침 뉴스의 화제는 대한민국의 한 여성이었다. 한발 한발 죽음의 공포와 극심한 육체적 피로를 극복하고 히말라야 14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여성, 오은선 대장이다. 그리 크지않은 키와 갸날픈 체격의 소유자이지만, 강철같은 의지와 단단하고 올곧은 한국 여성의 심상을 대표한다.

아유르베다 공부를 위해 다녀온 인도의 그녀들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아주 다양한 사회계층과 종교, 문화, 경제적 상황, 카스트로 대변되는 신분의 굴레를 숙명으로 받아들여야함은 물론이고 여성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온갖 차별과 억압, 남편이나 사회로부터 오는 폭력들도 묵묵히 견디어내야하는 그녀들은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아내와 어머니 그대로이다.(한때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들의 짙고 독특한 체취가 익숙해질 즈음엔 바람결에 날리는 긴 사리자락만큼이나 무심한 그녀들의 얼굴에서 문득 문득 생과 사, 시간을 초월한 힌두의 여신들이 스친다. 언제든지 무시무시한 복수와 공포스런 가공할 파괴력을 가지고 새로운 생명체와 질서를 창조해내는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상들 말이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치료차 찾은 아율베딕 리조트의 그녀도 그러하다. 갓 40을 넘긴
두 아이의 엄마이고 카스트의 중간계급이라고 한다. 벌써 20년 넘게 이 일을 한다는 그녀는 숙련된 아율베딕 테라피스트이자 치료자이다. 내 발을 씻겨주고 좋은 향이 나는 우수한 성분의 약초와 함께 끓인 참깨 오일로 중추 신경이 들어있는 내 척추와 등을 연신 문질러 순환시키는(Abhyanga) 그녀 이마의 빨간 점이 신성함을 느끼게까지 한다. 그녀 역시 하루 일과는 목욕하기 전에 머리 위에 오일을 듬뿍 바르는 마시지로 시작한다.(Shiro Abhyanga)

‘치유’를 위해 아유르베다 경전이 고대 오천년부터부터 내려와 각 가정마다 그 지방에서 자생하는 약초를 끓여 달인 물을 상비하고 체온보다 조금 높게 데인 식물성 오일로 아픈 부위를 쓰다듬거나 문질러 치유 효과를 낸다. 불면증과 수면장애, 깊은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이마의 제3 눈’에 냄비에 가득 담긴 덥힌 참깨 오일을 1시간 동안 부어주어 치료를 유도하기도 한다.(Shiro Dhara)

치료용 약초를 압착하고(Swarasa) 달여서 추출하고(Kashaya) 차가운 즙을 내고(Shita kashaya) 파우더를 만들고(Churna) 발효시키며(Asava) 꿀이나 꽃즙을 첨가시키기도 한다.(Arishta) 이 모든 것이 남편과 아이들·식구들의 건강을 책임진 치유의 여신, 그녀들의 손에서부터 출발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힌두 여신들의 화신으로 가족들의 치유에 헌신하는 그녀들에게 또 다른 오래된 경전인 ‘카마수트라’에서는 가정내에서 여성이 갖추어야 할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조언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 64종류의 기술에는 노래·악기 연주·춤을 비롯해 제사 잘 모시기, 꽃이나 장식품·의상 꾸미기, 향료 제조하기, 음식 잘 만들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시·희곡·설화에 대한 지식과 연금술 그리고 목욕법·신체 마찰법 등과 같은 건강을 위한 지식과 적 패배시키는 방법까지 익히고 능통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타고난 살림꾼, 가정 지킴이, 가족과 다른 이들에게까지 치유와 헌신으로써 봉사하는 여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내에서는 가장 치밀한 참모이자 현명한 조언자 그리고 性에 있어서도 완벽한 사랑과 쾌락의 여신을 바라는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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