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아름다운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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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실려 있는 이 책에 대한 서평은 이렇다.

"우리시대 가장 사랑받는 책. 친절한 수의사가 들려주는 요크셔 지방의 따뜻한 이야기. 세계적인 보물" .

'과장이겠지' , 지레짐작 하겠지만 책에 담긴 옴니버스 식의 에피소드 몇개를 읽고나면 고개가 끄덕거려질 게 분명하다.

본래 우리말로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끄럽게 번역작업을 한 일급 번역자 김석희가 토로한 감탄을 들어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당장 '' 에 들어가서 'James Herriot' 을 검색하면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도 남을 것입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서평대로 어떤 이야기는 재미있고 훈훈하며, 어떤 것은 눈물을 자아낼 만큼 감동적입니다. "

' 에 들어가서 'James Herriot' 을 검색하면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도 남을 것입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서평대로 어떤 이야기는 재미있고 훈훈하며, 어떤 것은 눈물을 자아낼 만큼 감동적입니다. "

이 책은 영국의 수의사 헤리엇(1916~95)의 실제 삶을 토대로 한 픽션. 엄격하게 분류하자면 자전 소설이라지만 책에 담긴 무수한 에피소드들을 읽자면 분명 '가슴이 따듯한 수의사' 의 실제 경험이 어렵지않게 감지된다.

수의대 졸업 뒤 공군 입대, 전역한 뒤 수의사로 동네유지가 되는 저자의 삶이 늙은 암소 '블로셤' 이야기와 태반이 빠진 돼지 돌보기 등의 에피소드 사이에 절묘하게 섞여 그려진다.

실제로 1966년 이후, 즉 50세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헤리엇의 글쓰기 솜씨는 작가 못지않다. 돌보는 동물들에 대한 애정은 거의 영적인 교류까지 감지된다.

"암소 블로셤에는 왠지 비장한 위엄이 있었다. 눈망울은 무욕(無慾)과 인내의 빛을 띠고 있다. 젖혀진 긴 발굽, 참을성이 강한 것도 주인을 닮았지만 역시 주인처럼 살이 거의 없이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 한때는 탱탱했으나 축 늘어진 유방. 하지만 녀석의 위엄을 그 볼품없는 모습을 보완하고도 남았다. " (13쪽)

요크셔 지방을 "일터이고 수입원이기도 한 초록빛 세계" 라고 표현하며 "온종일 그곳을 어슬렁거리며 지내고 싶다" 고 털어놓는 소회 역시 공감이 간다.

어수한 세상 이만한 양질의 대중교양서가 많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전4부작 중 77년에 나온 책을 옮긴 이번 책과 함께 저자의 나머지 책도 국내에 선보였으면 싶다. 헤리엇의 아들이 썼다는 전기물 『The Real Herriot』 역시 눈밝은 출판사라면 욕심낼 만하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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