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항공모함 '무한응징 작전' 발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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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9일 미군 전투기가 걸프지역으로 이동 배치되고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전단이 버지니아주 노퍽항을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 언론들은 일제히 "드디어 군사작전의 첫 단계가 시작됐다" 고 보도했다.

작전명은 '무한(無限)응징작전(Operation Infinite Justice)' 으로 정해졌다.

◇ 의미=작전명에는 '21세기 첫 전쟁' 을 시작하는 미국의 명분과 고뇌가 담겨 있다. 명분은 문명사회에 도전하는 악을 응징하는 '정의의 집행' 이다. 응징을 무한대로 추구할 정도로 미국의 분노는 크다. 테러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이기에 자칫 끝이 없을 수도 있다.

미국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 세력에 테러조종 혐의자 오사마 빈 라덴과 그 그룹의 지도부를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탈레반측의 최종 답변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군사조치를 시작한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미국은 걸프지역 군사력 증강으로 미국의 응징 결의가 엄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대미(對美)지원 여부를 고심 중인 인접국 파키스탄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수행방식=아프가니스탄이 앞으로 어떻게 나오든 미국은 이미 전쟁의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설사 탈레반이 빈 라덴을 넘겨준다 해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 국민의 분노를 달래고 테러 세력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위성 공격' 을 감행할 것이란 얘기다.

미국이 특수부대 투입 등 지상작전을 감행할지는 불투명하다.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한 지상전투는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과 상관없이 미국이 공습은 반드시 결행할 것이란 전망이 매우 높다.

미국에선 탈레반과 빈 라덴의 거점뿐 아니라 이라크도 공습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돌고 있다. 미국의 공중전력 증강은 이에 대비한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은 주요 테러범과 이라크의 연계 혐의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 항시 테러전쟁=미국의 걸프 군사력 증강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이와 관련, "미국의 반(反)테러 캠페인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이동을 보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등을 1차 공격한 이후에도 테러 네트워크가 밀집된 중동지역에 계속 증강된 군사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對)테러 전쟁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걸프지역 군사력 증강은 미 본토에 대한 추가 테러에도 대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항시 테러전쟁' 시스템을 갖춰 테러가 또 발생할 경우 즉각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20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부시는 이날 군사력 이동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국민에게 약속한 응징이 아무런 변화없이 궤도에 접어들고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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