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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구입 체험] 내 맘에 드는 옷 내가 샀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학교 가는 길. 반소매를 입었더니 닭살이 돋았어요. 아,가을이네.

집으로 돌아가 옷장 깊숙이 넣어둔 노란색 긴팔 티셔츠를 꺼내 입었어요. 소매가 짧아졌네!

단짝 소연이도 맞는 옷이 없대요. 우리끼리 옷 사러 갈까?

엄마 허락을 받는 일만 남았죠.

"엄마, 저(초등학교 6년)도 이제 다 컸단 말이에요. 용돈 아껴서 모은 돈으로 살게요. "

엄마는 걱정하셨지만 허락하셨어요. 단, 동생도 데리고 가기로 했지요. 결국 나랑 내 동생 진솔(초등 4년), 친구 소연이와 동생 소희(초등 5년)가 함께 옷을 사러 가게 됐어요.

필요한 옷은 내 긴팔 티셔츠 하나랑 가을 점퍼, 동생 티셔츠.

엄마는 티셔츠 1만원, 점퍼는 2만5천~3만원이면 살 수 있을 거라며 5만원을 주셨어요. 용돈은 저금하래요. 와!

신난다.

친구들이 값싸고 볼거리가 많다고 한 서울 동대문의 두산타워에 가기로 했어요.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doota.com)를 찾아 보니 우리 동네(서울 양천구 목동)에서는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갈 수 있대요.

지하철은 솔직히 무서워요. 커다란 정글 같거든요. 하지만 여럿이 함께 가는 길이라 안심이 됐어요. 무사히 도착.

우와! 건물도 높고 사람도 정말 많다.

나랑 소연이는 지하 1층 영캐주얼로 갔어요. 우리도 어엿한 10대인데 아동복은 뭐, 시시하잖아요. 동생들은 계속 쫑알대며 우리를 괴롭혔지요.

"우리 옷은 구경도 못하고…, 아이고 다리야!"

일부 상점 아줌마들은 옷을 조금 만지작거릴라치면 투덜댔어요. 치, 우리도 옷 사러 온건데.

우리는 예쁜 동물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 가게에서 친절한 언니가 골라준 옷을 입어봤답니다. 나는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분홍색 티셔츠, 소연이는 노란색 티셔츠. 1만6천원짜리인데 언니가 2천원을 깎아줘 우리는 더 신났어요. 이제는 동생들 옷을 살 차례죠.

소연이랑 수다를 떨며 2층으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아뿔사, 동생들이 사라진 거예요. 한참을 헤맸는데도 찾지 못했죠. 어쩔수 없이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기다렸어요.

'경찰서에 가야 될까□ 엄마한테 혼나겠다' .

10분쯤 지났을까. 동생들이 뛰어왔어요.

"왜 떼어놓고 가고 그래?"

승강이를 벌였지만 정말 다행이에요. 동생들도 유행하는 MRK(미스터K) 캐릭터 티셔츠를 1만4천원에 샀답니다.

엄마랑 집 근처 옷가게나 백화점에서 옷을 살 때는 신경 쓸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끼리 옷사기는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엄마가 말씀하신 것(1만원)보다 4천원 비싼 티셔츠를 사서 다른 옷은 못샀어요. 가격표를 확인하지 않고, 가게 전화번호랑 환불되는지 물어 보지도 않았다고 엄마한테 혼이 났죠.

그렇지만 옷이 마음에 들었고 신기한 것도 많이 구경해서 정말 좋았어요. 동생들이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요. 나랑 소연이는 다음엔 용돈을 모아 우리 둘이서만 마음대로 사고싶은 걸 사고, 정말로 신나고 재미있는 쇼핑을 하기로 약속했어요.

<이보미.서울 영도초등학교 6학년>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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