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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미국·중국도 "반테러" 손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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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테러 대전을 앞두고 전세계의 동맹구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강행하는 미사일방어(MD)체제 추진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어오던 국제사회의 쟁점이 테러사건 이후 보복전쟁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보복공격을 위한 국제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어제의 적에게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반면 다수의 유럽과 아랍권 이슬람 국가들은 반(反)테러 입장에는 동감이지만 보복전쟁을 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복공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바뀌는 미 외교전략=냉전체제 붕괴 이후 미 외교는 크게 두 가지 과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첫째는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분쟁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최근에는 특히 '불량국가' 의 대량살상무기에 대처하기 위한 MD체제 구축이 최우선 관심사였다.

둘째로 21세기 미 외교전략상의 중요 과제는 중국의 위협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부시 행정부 들어 미 정부는 중국과 미 군용기 충돌 사고 등 사사건건 외교적인 긴장과 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나 보복전쟁을 준비하는 미국으로선 앞서의 두 가지 외교전략을 대폭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주대 정종욱 교수는 "앞으로 미국의 기본적인 전략구상은 테러방지를 위한 다자간의 예방외교에 최우선을 두게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 다시 짜는 동맹외교=테러사건 이후 반테러를 명분으로 내건 동맹국가들의 짝짓기 외교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일부 국가간에는 외교적인 실익을 위해선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은 물론 이란.파키스탄.시리아 등 사실상 적성국까지 끌어들이는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된 국가들과도 테러 근절을 위한 공조체제 구축 가능성을 모색해볼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고 16일 밝혔다. 앞서 미 국무부도 "우리는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는 전쟁에서 어떤 나라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고 강조했다.

한편 올 들어 미국과 갈등 관계를 빚어왔던 중국 정부도 미국측의 지원 요청에 "말뿐만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 고 15일 화답했다.

중국은 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공동의 적으로 삼고 있는 이들 국가와의 공동 지원도 가능할 것임을 시사하는 등 적극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겉으로는 미국의 테러응징 입장을 적극 지원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작전에 대한 협조는 거의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어정쩡한 태도로 끌려들어가기보다 거리를 두고 외교적인 실속을 차리자는 속셈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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