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용호씨 비호 의혹 규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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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G&G그룹 이용호(李容湖)회장 구속을 계기로 정치권과 검찰 간부들이 그를 비호해왔다는 의혹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야당에선 벌써부터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나 특검제 도입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李씨가 지난해 5월 검찰에 긴급체포된 뒤 무혐의 처리된 과정에서 그와 친분이 있던 검찰 고위 간부나 여권 인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특히 야당측에선 그가 여권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해왔고 몇몇 실세들의 자금을 차명계좌로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로선 진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해당 검찰 간부는 李씨를 향우회.술자리 등에서 만난 적은 있으나 사건을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 역시 야당측이 뚜렷한 근거없이 특정인들을 거명하는 등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처리과정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李씨를 긴급체포했다가 곧바로 석방한 부분을 꼽을 수 있다. 검찰은 횡령 혐의에 대해 두달여 내사 끝에 李씨를 체포했다. 그럼에도 하루 뒤 그를 풀어준 것은 통상적인 수사관행에 비춰 이례적인 일이다.

또 당시 서울지검 수사 관계자들은 횡령액 대부분이 회사로 원상 복귀됐을뿐 아니라 옛 동업자가 진정을 취소해 그를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검이 지난 4일 李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한 것을 감안하면 무혐의 처분 이유가 아리송하다. 더구나 李씨가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 동생에게 접근, 로비를 시도하려다 愼총장의 수사 지시로 검찰에 구속된 점에 비춰 각계 각층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그동안 여러 의혹사건 수사 때마다 겉핥기에 그쳤다는 비판에 직면해 국민 불신을 불러 왔다. 따라서 검찰은 또다시 특검제 요구가 나오지 않도록 한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그것만이 실추된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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